추석에 본가에 갔다가 거실 벽을 봤어요. 사촌의 졸업 사진 옆에 작은 액자가 하나 새로 걸려 있었지요.
제 첫 출근 날 아버지가 현관에서 찍어주신 사진이었어요. 오래 비어 있던 못 자리였는데요.
부모님은 제가 다른 길로 가길 바라셨어요.
안정적인 직장, 남들이 알아주는 자리 같은 거요. 저는 그 길로 가지 않았지요. 가지 못했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그 뒤로 명절마다 사촌들 얘기가 나오면 괜히 고개를 숙이게 됐어요.
부모님이 대놓고 서운하다고 하신 적은 없어요.
그런데 그게 더 마음에 남더라고요. 말씀은 안 하셔도 실망하셨을 거라고 혼자 생각했지요. 사촌의 졸업 사진 옆 빈 못 자리가 꼭 제 자리 같았거든요. 비어 있는 채로요.
부모의 실망은 대개 부모보다 자식 쪽에서 더 오래, 더 크게 자란다.
그런데 이번에 그 자리에 제 사진이 걸려 있었어요.
엄마가 슬쩍 말씀하셨지요. 아버지가 사진관에 맡겨서 직접 걸으셨다고요. 출근하는 네 얼굴이 좋아 보였다면서요. 저는 한참 그 사진 앞에 서 있었네요.
그 앞에서 알게 됐어요.
실망은 부모님보다 제가 더 크게 들고 있었던 거였어요. 부모님은 바라시던 길과 다른 길을 걷는 저를 그대로 보고 계셨던 거고요. 다른 방식으로요. 제가 혼자 무겁게 들고 있었던 거군요.
지나온 길을 바꿀 수는 없겠지요.
바라시던 길로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요. 쇼펜하우어는 바꿀 수 없는 걸 받아들이면 조금 가벼워진다고 했대요. 그 말처럼 이제 그 마음을 조금 내려놓아도 될 것 같아요.
부모님 기대에 못 미쳤다는 마음은 오래 남지요.
그래도 그 마음을 너무 오래 혼자 들고 있지 않으셨으면 해요. 부모님은 생각보다 다른 데를 보고 계실 수도 있으니까요. 언젠가 한 번쯤 여쭤보는 것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