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전화를 받았는데 첫 마디가 잠긴 소리로 나왔습니다. 그때 알았어요.
그날 하루 종일 한마디도 안 했더라고요.
혼자 있는 게 싫어서 그런 게 아니에요.
그날은 나갈 일이 없었고 연락도 없었을 뿐입니다. 특별히 나쁜 하루도 아니었고요. 그냥 말을 쓸 일이 없었던 거지요.
목소리는 근육에 가깝다. 오래 안 쓰면 쓰는 법을 잠깐 잊는다.
하루면 아무 일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게 며칠 이어지면 좀 달라지더라고요. 나중에 말을 하려니까 문장이 잘 안 만들어집니다. 머릿속에서는 되는데 입으로 나올 때 걸리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전화가 오는 게 부담이 됩니다.
목소리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요. 그래서 안 받고 메시지로 답하게 되고, 그러면 말할 일이 또 줄어들고요. 이게 돌기 시작하면 며칠이 금방 갑니다.
그래서 요즘은 혼자 있어도 가끔 소리를 냅니다.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읽던 걸 한 줄 소리 내서 읽거나요. 누구랑 얘기하는 건 아니지만 목이 굳는 건 덜하더라고요. 그 정도만 해도 저녁에 전화를 받을 때 다릅니다.
또 하나는 짧은 통화를 하나 두는 겁니다.
집에 전화해서 삼 분쯤 하는 정도로요. 길게 안 해도 됩니다. 그날 목소리를 한 번 쓴 것과 아예 안 쓴 것은 다르더라고요.
말할 사람이 없는 날에도 방법이 있더라고요.
가게에 가서 계산할 때 감사하다고 한마디 하는 정도면 됩니다. 그게 대화는 아니지만 목소리는 한 번 쓴 거지요. 그런 날은 저녁에 목이 덜 잠깁니다.
일부러 그러려고 나가기도 하네요. 살 게 딱히 없어도요.
말을 안 한 하루가 잘못된 하루는 아니겠지요.
저는 그런 날이 필요한 편이기도 하고요. 다만 그게 며칠씩 이어지면 목소리가 굳는다는 것만 알아두려고 합니다. 오늘 한마디도 안 하셨다면, 자기 전에 아무 문장이나 하나 소리 내보셔도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