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를 떼러 주민센터에 갔어요. 번호표 기계 앞에서 한참 서 있었지요.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할지 몰라서요. 뒤에 선 고등학생이 이거 누르시면 돼요, 하고 먼저 알려주더라고요. 고맙다고 하면서 얼굴이 조금 화끈거렸네요.
어릴 때는 어른이 되면 다 알게 되는 줄 알았어요.
서류 떼는 법도, 세금 내는 법도, 어려운 대화를 하는 법도요. 엄마 아빠는 그런 걸 다 척척 하셨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그 나이가 되어보니 아직도 모르는 게 많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서툰 게 한둘이 아니에요.
전화로 뭔가를 따지는 일, 집 계약서 읽는 일, 아픈 친구에게 무슨 말을 할지 고르는 일이요. 나이는 계속 먹는데 그런 일 앞에서는 늘 처음인 것처럼 머뭇거리지요. 어른이라는 말이 저한테는 아직 좀 큰 옷 같네요.
어른이라는 옷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아직 조금 크다.
이 얘기를 엄마한테 했더니 웃으셨어요.
엄마도 제 나이 때 아무것도 몰랐대요. 그냥 해야 하니까 했고, 틀리면서 배웠다고요. 그때 엄마가 척척 하는 것처럼 보였던 건 제 앞에서 티를 안 내셨던 것뿐이래요. 그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됐어요.
주변을 보면 다들 어른인 것처럼 보여요.
그런데 가까운 친구들과 얘기해보면 다들 비슷하더라고요. 회사에서는 아는 척하지만 집에 오면 인터넷에 이것저것 검색한다고요. 다들 어른인 척 서툴게 살아가는 중이었군요.
주민센터에서 만난 그 학생이 가끔 생각나요.
저보다 한참 어린데 저를 도와줬지요. 어른이 꼭 나이 순서대로 되는 건 아닌가 봐요.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을 돕는 거고, 그건 나이와 상관없는 거겠지요.
어른이 된 것 같지 않은 마음이 들면 조금 부끄럽지요.
그래도 다들 그렇게 서툴게 하루하루를 지나고 있어요. 오늘 서툴렀던 순간도 그냥 그런 하루 중 하나라고 여겨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