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새 팀원 소개 자료를 만든다며 양식을 돌렸어요. 이름, 맡은 일, 그리고 취미 칸이 있었지요.
취미 칸에서 한참 멈췄어요. 처음엔 창밖 보기라고 썼어요. 그런데 너무 이상해 보여서 지우고 독서로 고쳐 냈네요.
월요일마다 듣는 질문이 있어요.
주말에 뭐 했어요? 그럴 때마다 대답이 궁해져요. 다들 등산을 갔다거나 공방에 다닌다거나 하는데, 저는 대개 집에 있었거든요. 그냥 쉬었어요, 하고 웃고 넘기지요.
취미라고 하면 뭔가 해야 할 것 같아요.
배우고, 늘고, 결과물이 남는 거요.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건 그런 게 아니었어요. 비 오는 날 창가에 앉아 있기, 차를 천천히 마시기, 오래된 노래 틀어두기 같은 거였지요. 이름 붙이기 애매한 것들이네요.
이름 붙일 수 없는 시간도, 내가 오래 머문다면 그건 나의 것이다.
한때는 저도 취미를 만들어보려고 했어요.
요가 학원도 끊어보고 그림 강좌도 들어봤지요. 둘 다 몇 달 만에 그만뒀어요. 재미가 없었다기보다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생긴 느낌이었거든요. 쉬려고 시작한 게 또 다른 숙제가 됐던 거군요. 요즘 다니기 시작한 도자기 수업도 아직은 취미라고 부르기엔 쑥스럽고요.
이 얘기를 친구에게 했더니 친구가 말했어요.
창밖 보기도 취미라고요. 자기는 그걸 못 해서 일부러 등산을 간다고 하더라고요. 가만히 있는 게 더 어렵대요. 그 말을 듣고 조금 웃었어요. 제가 잘하는 게 하나 있긴 했네요.
쇼펜하우어는 혼자 조용히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큰 자산이라고 했대요.
그 말을 믿어보기로 했어요. 꼭 무언가를 배우고 남기지 않아도, 제가 편하게 오래 머무는 시간이 있다면 그걸로 된 거겠지요.
다음에 취미를 물어보면 솔직하게 대답해보려고요.
이름 붙일 만한 취미가 없어도 괜찮아요. 내가 오래 머무는 시간이 있다면 그게 취미니까, 창밖 보기라고 적어도 충분한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