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기간에 동네 도서관에 갔다가 신문 자리 옆에 앉게 됐거든. 자리가 거기밖에 없었어.
어른들이 다섯 분쯤 앉아 계셨다니까. 다들 신문을 펼쳐놓고 계셨어.
앉아서 보니까 이상한 게 있더라. 다섯 자리 중에 네 자리가 같은 면을 펼쳐놓고 있었어.
주식 나오는 면이더라. 나는 그게 좀 놀라웠다니까.
그리고 아무도 말을 안 해. 도서관이니까 당연한 건데 그게 좀 다르게 보였어.
칼손 저희 아빠도 그거 보시는데요.
우리 방은 같은 걸 보면 무조건 얘기를 하잖아. 시끄러워서 문제인 데니까.
근데 거기는 같은 걸 보면서 아무도 말을 안 하는 거다. 옆자리가 같은 면을 보고 있는 것도 다들 알고 계셨을 텐데.
말할 자리가 아닌 데서 같은 걸 보고 있는 거라니까. 그 생각을 하니까 좀 답답했어.
나갈 때 옆에 계시던 아저씨가 나한테 말을 거시더라. 학생은 뭐 보러 왔냐고.
시험공부 하러 왔다고 했더니 웃으시고는 그냥 가시더라. 그게 다였어.
근데 그 짧은 게 그 자리에서 나온 유일한 말이었다니까. 나는 그게 계속 생각났어.
돌부처 말할 데가 없어서 거기 오시는 걸 수도 있지.
돌부처가 그러는데 말할 데가 없으니까 거기 오시는 거일 수도 있대. 나는 그 말이 맞을 것 같더라.
집에서 그 얘기를 못 하니까 밖에 나와서 혼자 보시는 거잖아. 우리 방에 오는 애들이랑 똑같은 이유인 거라니까.
우리는 방이 있어서 떠들 수 있는 거고 그분들은 그게 없는 거였어.
그날 이후로 우리 방이 좀 다르게 보이더라. 시끄러운 게 좋은 거였구나 싶었어.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신문에 뭐가 쓰여 있는지도 몰라.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근데 그 자리 공기는 알겠더라. 우리 방에서 아무도 말 안 하는 날이랑 똑같았잖아.
말할 데가 있는 게 생각보다 큰 거더라. 동아리방은 안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