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저녁 먹고 나서 이걸 물고 왔어요.
강미연 뉴스에 어떤 회사가 비트코인을 계속 사 모은다고 나왔대요. 코인 회사도 아니고 소프트웨어 만들던 데라던데요.
저는 그게 바로 안 들어왔어요. 사람이 사 모으는 거야 그렇다 쳐도, 회사가 그걸 왜 갖고 있나요? 회사는 물건을 팔아서 버는 데잖아요.
언니가 옮겨 준 설명은 여기서부터였어요. 회사도 벌어들인 돈을 다 쓰지는 않고 얼마쯤 쟁여 둔대요. 그걸 그냥 통장에 넣어 두기도 하고, 나라나 큰 회사가 발행한 빚문서를 사서 두기도 하고요. 언제든 도로 꺼내 쓸 수 있으면서 값이 잘 안 흔들리는 자리를 고르는 게 보통이래요.
신미혜 김칫독 자리를 어디로 정하느냐 하는 얘기인 거예요. 부엌 안에 둘지 마당에 묻을지 정하는 셈이죠.
그러니까 코인을 샀다는 건 그 김칫독 자리를 바꿨다는 말이잖아요. 저는 그제야 질문이 제대로 잡혔어요. 왜 굳이 흔들리는 자리로 옮겼나요?
들은 대로만 옮기면, 그런 회사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대체로 같대요. 통장에 넣어 둔 돈은 가만히 있어도 살 수 있는 게 줄어든다는 거예요. 개수는 그대론데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양이 줄어드니까요.
강미연 돈은 그대로인데 살 수 있는 게 줄어드는 거, 시장 보면 다 안다더라고요.
그래서 개수가 정해져 있는 걸 곳간에 넣어 두겠다는 논리라는데요. 저는 그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그쪽이 그렇게 말한다는 것까지가 저희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잖아요. 대신 김칫독을 마당에 묻으면 겨울에 얼 수도 있는 거고요. 값이 크게 흔들리는 자리라는 건 그쪽도 부인하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여기가 제일 재밌었어요. 곳간에 코인을 잔뜩 넣어 두면 사람들이 그 회사를 볼 때 뭘 보게 되나요?
신미혜 김칫독이 커지면 그 집을 김치 담그는 집으로 부르게 되는 거예요.
원래 하던 일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파는 거였는데, 뉴스에는 코인 얘기로 나오는 거잖아요. 회사 이름 옆에 붙는 설명이 바뀌어 버린 셈이에요. 앞서 코인을 주식처럼 사고파는 상품을 알아본 적이 있는데, 그거랑 헷갈리기 쉬운 것도 여기예요. 그건 코인을 맡아 두고 그 몫을 잘게 나눠 파는 상품이고, 이건 그냥 회사가 자기 곳간에 넣어 둔 거잖아요.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라 살림살이의 일부인 거고요.
이건 언니도 반쯤만 들었다고 했어요. 곳간에 둔 걸 장부에 얼마로 적어 두느냐 하는 규칙이 따로 있는데, 그게 나라마다 다르고 바뀌기도 한대요.
강미연 그 대목은 회계 하는 사람 얘기라 자기도 모르겠다더라던데요.
저는 그런 건 모른다고 두는 게 낫다고 봐요. 어설프게 아는 척하면 그게 제일 위험하잖아요. 밖에서 알기 어려운 건 알기 어렵다고 적어 두려고요.
정리하면 이래요. 회사도 남는 돈을 어디엔가 둬야 하고, 보통은 잘 안 흔들리는 자리에 둬요. 그 자리를 코인으로 바꾼 회사가 있고, 그쪽이 대는 이유는 돈이 묽어지는 걸 피하겠다는 거였어요. 그러면 그 회사가 원래 하던 일보다 곳간 쪽으로 불리게 되고요.
이게 잘한 일인지 아닌지는 저희가 판정할 자리가 아니잖아요. 그런 말을 하려고 알아본 것도 아니고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잖아요.
신미혜 곳간에 뭐가 들었는지 보면 그 집 사정이 보이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