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골목을 걷다가 멈췄어요. 처음 보는 작은 간판이 하나 있었지요.
언제 생겼는지 몰랐어요. 매일 지나다니는 길인데 말이에요. 호기심에 문을 열고 들어가 봤네요.
작은 엽서 가게였어요.
벽에 손으로 그린 엽서들이 빼곡히 걸려 있었지요. 비 오는 창가, 골목 풍경, 고양이 같은 그림들이었어요. 사장님이 직접 그리신 거래요. 한참 구경하다가 비 오는 창가 그림 엽서를 하나 골랐어요.
계산하면서 여쭤봤어요. 언제 여셨냐고요.
사장님이 석 달 됐다고 하셨지요. 석 달이요. 저는 그동안 매일 그 앞을 지나갔는데 한 번도 못 봤던 거예요. 늘 휴대폰을 보거나 땅만 보고 걸었나 봐요.
매일 걷는 길이 익숙해질수록, 우리는 그 길을 보지 않고 걷는다.
생각해보면 익숙한 길일수록 잘 안 보는 것 같아요.
처음 이사 왔을 때는 가게 하나하나가 신기했지요. 그런데 몇 년 지나니 그 길은 그냥 집에 가는 통로가 됐어요. 익숙함이 눈을 가리고 있었던 거군요.
그날은 가게를 나와서 골목을 천천히 걸었어요.
고개를 들고요. 그러니까 다른 것들도 보이더라고요. 담벼락에 핀 작은 들꽃, 2층 창가에 놓인 화분, 오래된 문패 같은 것들이요. 다 원래 거기 있었을 거예요.
사장님은 원래 회사를 다니셨대요.
퇴근하고 밤마다 그림을 그리다가 용기를 내서 가게를 냈다고 하셨지요. 손님이 아직 많진 않지만 좋아하는 걸 하니 괜찮다고 웃으셨어요. 그 웃음이 엽서 그림처럼 편안해 보였네요.
산 엽서는 창가에 세워뒀어요.
비 오는 창가 그림이라 제 창가와 잘 어울리더라고요. 볼 때마다 그 골목과 가게가 생각나요. 다음에 또 들러서 다른 그림도 보고 싶네요.
매일 걷는 길에도 아직 못 본 것들이 있겠지요.
오늘은 늘 가던 길에서 고개를 한 번만 돌려봐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