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후배가 동아리방 문을 열자마자 그랬어. "아, 우리 방 냄새."
다들 웃었어. 무슨 냄새냐고.
근데 생각해보니까 진짜 냄새가 있었어. 새 방에 처음 왔을 땐 페인트 냄새만 났거든.
지금은 다른 냄새가 나. 담요 냄새, 과자 냄새, 선인장 흙 냄새. 그게 섞인 냄새.
불나방 그거 우리 냄새야.
처음 이사 왔을 땐 다들 어색해했어. 넓은 방에서 구석에만 몰려 앉았잖아.
벽도 하얗고 바닥도 깨끗하고. 우리 흔적이 하나도 없었어.
옛날 방이 그리웠어. 소파 다리 자국, 닳은 팔걸이.
근데 몇 주 지나니까 하나씩 쌓이기 시작했어.
벽에 단체티 사진이 붙었고, 칼손 눈 뜬 사진도 붙었어.
화이트보드 구석엔 후배의 "오늘도 왔다"가 고정돼 있고.
문 옆엔 익명 고민함이 있고, 창가엔 선인장이 두 개 있어.
담요는 새 소파 팔걸이에 걸쳐져 있고, 팔걸이 천이 조금씩 닳기 시작했어.
생각해보면 새 데에 정이 붙는 건 물건 때문만이 아니야.
그 방에서 영화 보고, 빗소리 듣고, 숙제하면서 기다리고, 위로하고. 그 시간들이 방에 배는 거야.
냄새가 배듯이. 그러니까 후배가 맡은 냄새는 우리가 같이 버틴 시간 냄새였던 거라니까.
칼손 옛날 방도 처음엔 이랬겠지.
칼손 말이 맞더라. 옛날 방도 처음엔 낯설었을 거야. 선배들이 쓰다가 우리가 받았을 때.
그 방에도 처음엔 우리 냄새가 없었겠지. 근데 우리가 버티면서 우리 방이 된 거고.
새 방도 똑같이 우리 방이 되고 있는 거야. 천천히.
돌부처 팔걸이 닳으면 진짜 우리 방이야.
너도 새로운 데가 아직 낯설면 조급해하지 마. 시간이 쌓이면 냄새가 밴다니까.
어느 날 문 열자마자 "아, 우리 냄새" 하는 날이 올 거야. 새 동아리방은 이제 우리 냄새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