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동네 공원에서 벼룩시장이 열렸어요. 아파트 게시판에 공고가 붙어 있었지요.
이웃들이 돗자리를 깔고 집에서 쓰던 물건을 펼쳐놓았어요. 옷, 그릇, 장난감, 책까지 다양했네요. 뉴스에서도 요즘 동네 벼룩시장이 많이 열린다고 하더라고요.
한쪽 돗자리에 꼬마 하나가 앉아 있었어요.
자기가 쓰던 동화책을 펼쳐놓고 팔고 있었지요. 엄마가 옆에서 지켜보고 계셨고요. 꼬마는 책을 사 가는 사람마다 꼭 한마디씩 덧붙였어요. 이거 끝이 제일 재밌어요. 그 말에 다들 웃으며 책을 받아 갔네요.
생각해보면 그 꼬마가 판 건 책만이 아니었어요.
그 책을 재밌게 읽었던 자기 마음도 같이 건넨 거지요. 저도 한 권 샀어요. 꼬마가 이 장면에서 꼭 웃어야 한다고 알려줬어요. 집에 와서 읽어보니 정말 그 장면이 제일 좋았네요.
쓰던 물건에는, 그걸 아끼던 사람의 이야기가 함께 건너간다.
다른 돗자리들도 구경했어요.
할머니 한 분은 손수 뜬 수세미를 팔고 계셨지요. 젊은 부부는 아기가 커서 안 쓰는 유모차를 내놓았고요. 물건마다 그 집의 시간이 묻어 있었어요. 이웃들이 어떻게 사는지 조금 엿본 기분이었네요.
벼룩시장은 돈이 오가는 자리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어요.
물건 하나를 두고 이웃끼리 한참 얘기를 나누더라고요. 이건 어디서 샀냐, 아이가 몇 살이냐 같은 얘기요. 평소엔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만 하던 사람들이었지요. 돗자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처음으로 길게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어요.
동화책 한 권과 할머니의 수세미 두 개를 샀어요.
수세미는 색이 고와서 쓰기 아까울 정도였지요. 할머니가 겨울에 뜬 거라고, 오래 쓴다고 하셨어요. 부엌에 걸어두니 볼 때마다 그 공원이 생각나요.
쓰던 물건에는 그걸 아끼던 사람의 이야기가 같이 건너가는 것 같아요.
벼룩시장에 가면 물건보다 그 한마디를 먼저 들어봐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