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 아주머니가 그러시더라고요. 위층 어르신이 저녁마다 뭘 배우러 다니신다고요.
며칠 뒤에 엘리베이터에서 뵀는데 가방을 메고 계셨어요. 지퍼가 잘 안 닫힐 만큼 책이 들어 있었습니다.
보통 이런 얘기에는 대단하시다고 하지요.
그런데 그 말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말하면 그 나이에 하는 게 특별한 일이라는 뜻이 되잖아요. 그분한테는 그냥 배우러 가는 저녁인 건데요.
감탄은 거리를 만든다. 대단하다고 말하는 순간, 그 일은 보통의 일에서 밀려난다.
한번은 짧게 여쭤봤어요. 무슨 공부 하시냐고요.
말씀을 하시면서도 좀 조심스러워하시더라고요. 이 나이에 뭘 한다고, 하시면서 웃으셨습니다. 남들이 어떻게 볼지를 이미 여러 번 생각해보신 것 같았어요.
밖에서 보면 용감해 보입니다.
그런데 시작하기 전에 제일 오래 재본 사람은 본인이겠지요. 늦었나, 남들이 웃지 않을까, 하는 것들을요. 이미 다 넘고 나오신 건데 밖에서 또 그 얘기를 꺼내면 다시 재게 만드는 셈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인사만 합니다.
오늘도 나가시네요, 정도로요. 잘 다녀오시라는 말도 붙이고요. 특별한 일에 하는 인사가 아니라 매일 하는 인사처럼 하려고 합니다.
한 가지 걸리는 건 가방이었어요.
책이 많아서 무거워 보이더라고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실 때 좀 힘들어 보이셨습니다. 다음에는 문이라도 잡아드려야겠다 싶었네요.
늦게 시작한 분한테 필요한 건 감탄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평범하게 대해주는 쪽이겠지요. 오늘 늦게 뭔가를 시작하신 분을 보셨다면, 대단하다는 말 대신 다녀오시라고만 하셔도 충분한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