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서 한 말이 며칠 뒤에 다른 데서 돌아온 적이 있거든. 우리 반 애가 나한테 그 얘기를 하더라.
나는 그 자리에서 좀 멍했다니까. 이게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싶었어.
옮긴 애를 알아냈는데 나쁜 뜻이 하나도 없었더라. 그냥 재밌어서 얘기한 거였어.
그 애도 미안하다고 하고 나도 괜찮다고 했거든. 근데 며칠을 신경 쓰이더라.
나쁜 뜻이 없었다고 마음이 안 쓰이는 건 아니더라니까.
칼손 저도 그런 적 있어요. 진짜 이상했어요.
왜 이상했는지 나중에 알았거든. 돌아온 말이 내가 한 말이랑 거의 같은데 앞뒤가 없어져 있었어.
나는 그 말을 하기 전에 한참 다른 얘기를 했고 하고 나서도 한참 더 했잖아. 그게 다 잘려나간 거다.
가운데 한 줄만 남으면 완전히 다른 말이 되더라니까. 틀린 말이 아닌데 내 말도 아닌 거잖아.
돌부처 반만 옮기면 거짓말이지.
그날 이후로 방에서 정한 게 있거든. 방에서 나온 말은 방에서 끝낸다는 거.
거창하게 정한 건 아니고 그냥 그 얘기를 한 번 했어. 그러고 나서 애들이 알아서 지키더라.
지금은 밖에서 우리 방 얘기가 도는 게 거의 없다니까.
그래도 밖에서 꼭 말하고 싶을 때가 있잖아. 그럴 때는 앞뒤를 같이 옮기라고 한다.
한 줄만 떼서 옮기면 안 되는 거니까. 앞뒤를 다 말하려면 길어지는데, 길어지면 대부분 안 하게 되더라.
그것도 나쁘지 않은 거라니까. 길어서 안 하게 되는 게 딱 좋은 거잖아.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말 조심하는 것도 잘 못하거든. 나도 남 얘기 옮긴 적 있을 거고.
근데 그날 이후로 하나는 지킨다. 한 줄만 떼서 옮기지는 않는다니까.
앞뒤가 있어야 그 사람 말인 거더라. 앞뒤 없이 옮기면 그건 내가 만든 말인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