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얘기를 두 문장쯤 했습니다. 그러니까 상대가 아, 나도 그런 적 있어, 하고 자기 얘기를 시작하더라고요.
그다음 십 분은 그쪽 얘기였어요.
그 사람은 공감하려고 한 거겠지요.
나도 겪어봤다는 건 혼자가 아니라는 말이니까요. 그러니 탓할 일은 아닌걸요. 그런데도 제 쪽에서는 말이 멈춥니다.
공감은 종종 자기 이야기의 형태로 온다. 그래서 듣는 사람은 위로받으면서 동시에 자리를 잃는다.
그쪽 얘기가 끝나고 나면 화제가 이미 옮겨가 있어요.
제 얘기로 돌아오려면 제가 다시 끌고 와야 하는데 그게 좀 그렇습니다. 아까 그거 말인데, 하고 말하는 게 제 얘기를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대개 안 합니다.
부끄럽지만 저도 그럽니다.
누가 힘든 얘기를 하면 제 비슷한 경험이 먼저 떠올라요. 그걸 말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고요. 그러면 그 사람도 지금 저처럼 말이 멈췄겠지요.
그래서 요즘은 제 경험이 떠올라도 바로 안 꺼냅니다.
대신 질문을 하나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요. 그러면 그 사람 얘기가 이어지고, 제 경험은 그 뒤에 필요하면 말하면 되고요. 순서만 바꾸는 겁니다.
받는 쪽일 때는 요즘 한 번은 끌고 와봅니다.
아까 하던 얘기 마저 해도 되냐고 짧게요. 처음엔 어색했는데 상대는 대개 아무렇지 않게 들어주더라고요. 못 하게 막은 게 아니라 그냥 흘러간 거였네요.
한 번은 끝까지 들어준 사람이 있었어요.
자기 얘기를 아예 안 하고 계속 물어보기만 하더라고요. 그날 저는 하려던 걸 다 말했습니다. 말하고 나니까 별거 아니었는데도 꽤 가벼워졌네요.
그 뒤로 저는 그 사람한테 자주 말하게 됐습니다. 들어주는 자리가 어떤 건지 그때 배웠고요.
그날 못 한 얘기가 없어지는 건 아니겠지요.
다음에 둘이 있을 때 꺼내면 되고요. 오늘 말을 꺼냈다가 접으셨다면, 그건 하기 싫어진 게 아니라 자리가 넘어간 것뿐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