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아무도 없는 길을 걸었어요. 제 발소리만 들리더라고요.
소리를 의식하고 나니까 걸음이 저절로 조심스러워졌네요.
같은 신발로 같은 길을 낮에도 걷는데 그때는 안 들려요.
차 소리, 사람 소리에 묻히니까요. 밤에는 그게 다 빠지고 제 소리만 남는걸요. 소리가 커진 게 아니라 나머지가 없어진 거고요. 그러니 밤이 조용한 게 아니라 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는 거겠지요.
조용한 밤은 소리가 없는 밤이 아니라, 자기 소리를 듣게 되는 밤이다.
처음 몇 걸음은 좀 이상해요.
뒤에서 누가 따라오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다 발을 멈추면 소리도 멈추네요. 그때 제 소리인 걸 확인하는 거지요. 알면서도 매번 한 번은 그러더라고요.
소리를 의식하면 걸음이 달라져요.
발을 조금 눕혀서 딛게 되고 속도도 줄어드는걸요. 남한테 방해가 될까 봐 그러는 건데 그 시간에 그 길에는 아무도 없고요. 그래도 몸은 그렇게 하네요.
몇 분 걷다 보면 그 소리에 리듬이 붙어요.
일정하게 나니까 듣기가 나쁘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그 소리가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혼자 걷는데 완전히 혼자는 아닌 느낌이 그 소리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가끔 멀리서 다른 발소리가 들릴 때가 있어요.
그러면 좀 안심이 되기도 하고 긴장이 되기도 하고요. 밤길에서는 그 두 개가 같이 옵니다. 대개는 그냥 지나가는 분이고 서로 인사도 안 하고 지나가지요.
신발을 바꾸면 소리도 바뀌네요.
밑창이 얇은 건 딱딱하게 나고 두꺼운 건 둔하게 나요. 소리가 싫은 날은 다른 신발을 신고 나가기도 합니다. 그 정도로 그 소리가 밤길에서 차지하는 자리가 큰 셈이군요.
제 소리를 듣는 게 무섭기만 한 건 아닌걸요.
몇 분 지나면 같이 걷는 소리가 되고요. 오늘 밤길에서 제 소리를 들으셨다면, 그건 그만큼 조용한 길을 걸으셨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