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내 일이 된 게 하나 있거든. 아무도 정해준 적이 없어.
근데 내가 안 하면 그냥 안 되어 있더라. 아무도 대신 안 해.
언제부터 내 일이 됐는지 기억이 안 나거든. 어느 날 보니까 내가 하고 있었어.
한 번 하고 두 번 하니까 그냥 그렇게 굳은 거잖아. 방에서 회비 걷는 애가 정해지는 거랑 똑같더라.
시켜서 된 게 아니라 몇 번 해서 된 거라니까.
불나방 저는 아무것도 안 해요.
한번 안 해봤거든. 며칠 안 하고 뒀어.
그랬더니 아무도 뭐라고는 안 하는데 그게 계속 그대로 있더라. 그게 더 신경 쓰이더라니까.
그때 알았어. 아무도 안 정해준 일이 제일 확실하게 내 일인 거였잖아.
반대로 엄마가 하라고 정해주신 일이 있거든. 그건 오히려 자꾸 미뤄.
시켜서 하는 건 시킬 때까지 안 하게 되잖아. 근데 내가 하던 건 안 시켜도 하고.
이게 웃긴 게 방에서도 똑같더라. 시킨 일은 다들 미루는데 자기가 하던 건 알아서 해.
돌부처 시키면 하기 싫어지지.
이거 알고 나서 방에서는 잘 안 시키거든. 대신 몇 번 같이 해보게 둬.
그러다 그 애가 계속 하면 그때부터 그 애 일이 되는 거잖아. 시켜서 만든 일보다 그게 훨씬 오래 가더라.
물론 시간이 걸린다니까. 급하면 못 쓰는 방법이고.
그리고 그 일을 내가 그만두면 그때는 아무도 안 하게 되는 거잖아. 그것도 좀 무섭더라.
굳어진 일은 넘기기도 어려운 거라니까. 그래서 가끔은 동생을 시켜본다.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사람한테 일 시키는 것도 잘 못하거든. 부탁하는 것도 서툴고.
근데 안 시켜도 되는 방법이 있더라. 몇 번 같이 해보면 되는 거잖아.
집에서 내 일이 그렇게 정해진 걸 보고 나는 그걸 배운 거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