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저녁 먹고 나서 이걸 물고 왔어요.
강미연 코인 열쇠를 여럿이 나눠 쥐는 방법이 있대요. 그걸 멀티시그라고 부른다더라던데요.
앞서 개인키를 알아볼 때는 그 열쇠 하나가 전부라고 했잖아요. 잃으면 끝이고 남이 쥐면 남의 것이 된다고요. 그런데 나눈다는 건 무슨 말인가요? 반으로 자른다는 건가요? 그래서 처음부터 물었어요.
자르는 게 아니래요. 열쇠를 여러 개 만들어 두고, 그중 몇 개가 모여야 열리게 미리 정해 둔다는데요. 셋 중 둘이 있어야 열리게 하거나, 다섯 중 셋이 있어야 열리게 하는 식으로요.
신미혜 곗돈 통에 자물쇠를 두 개 채워 놓고 각자 하나씩 갖는 거예요. 둘이 같이 와야 여는 셈이죠.
저는 되물었어요. 그럼 하나를 잃어버려도 되는 건가요? 정해 둔 수만 채우면 된대요. 셋 중 둘이면 하나쯤 잃어도 나머지 둘로 연다고요. 앞서 열쇠를 잃으면 끝이라던 그 무서운 대목이 여기서 좀 풀리는 거잖아요.
두 가지라고 하더라고요. 하나는 잃어버림에 대비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한 사람이 마음대로 못 옮기게 하는 거래요.
앞서 가상자산 수탁을 알아볼 때 나왔던 얘기가 이거였어요. 회사 곳간을 한 사람이 통째로 쥐고 있으면 그 사람이 속거나 마음이 바뀌는 것만으로 다 넘어가잖아요. 앞서 거래소가 털리는 얘기를 알아볼 때도 문고리보다 사람 쪽이 먼저 뚫린다고 했고요.
강미연 그래서 한 사람이 속아도 그것만으로는 안 열리게 해 둔다더라고요.
저는 그게 궁금했어요. 좋기만 한 것 같은데 왜 다 안 쓰나요?
번거롭다고 하더라고요. 뭘 옮기려면 매번 몇 사람이 모여야 하잖아요. 급할 때 한 사람이 자리에 없으면 못 여는 거고요. 그리고 나눠 쥔 사람들끼리 짜면 그건 못 막는대요.
신미혜 자물쇠를 둘 채워 놔도 두 사람이 한마음이면 소용없는 거예요.
그래서 몇 개 중에 몇 개로 할지를 정하는 게 결국 사람 문제로 돌아온다는 얘기였어요. 너무 많이 모이게 해 두면 못 쓰고, 적게 해 두면 나눈 뜻이 없어지고요.
어디가 이걸 어떻게 해 두는지는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밝히는 데도 있고 안 밝히는 데도 있다고 들었어요.
강미연 영상에서도 그건 회사마다 다르다고만 하더라던데요.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고 넘어가요.
정리하면 이래요. 열쇠를 자르는 게 아니라 여러 개 만들어 두고 그중 몇 개가 모여야 열리게 미리 정해 두는 거예요. 하나쯤 잃어도 되고, 한 사람이 마음대로 못 옮기고요. 대신 번거롭고, 나눠 쥔 사람들이 한마음이면 그건 못 막아요.
혼자 못 열게 해 두는 게 남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자기도 실수할 수 있어서라는 게 오늘 남은 대목이에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잖아요.
신미혜 자물쇠를 몇 개 채우느냐는 결국 사람을 몇 명 믿느냐 하는 얘기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