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아주머니한테서 들었네요. 아랫집 분이 시골로 내려가신다고요.
여럿이 서서 그 얘기를 하는 자리였네요. 저는 듣고만 있었네요.
말을 듣기 전에도 짚이는 게 있었는걸요.
며칠 전에 그분이 화분 두 개를 이웃분께 드리는 걸 봤거든요. 잘 키우시던 것들이었어요. 그때는 그냥 나눠주시나 했는데 짐을 줄이고 계셨던 겁니다.
결정은 말보다 먼저 물건에서 드러난다. 사람은 마음을 정하고 나서야 짐을 센다.
그 자리에서 어른들은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공기 좋고 조용하고, 이런 말씀들이요. 저도 그렇게 말했고요. 그게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말이었으니까요.
정작 그분 표정은 그렇게 밝지 않았어요.
웃으시긴 했는데 짧게 웃으시네요. 좋아서 가는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사정은 모릅니다. 물어볼 자리도 아니었고요.
큰 결정을 들으면 저는 자동으로 잘됐다고 말하는 편이네요.
그런데 그 말이 늘 맞는 건 아닌걸요. 결정한 쪽은 이미 여러 번 뒤집어보고 온 상태잖아요. 밖에서 한 번에 잘됐다고 하면 그 과정이 없어져 버리는 셈입니다.
그래서 저는 헤어질 때 언제 가시냐고 여쭤봤어요.
날짜를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그러고 아직 정리할 게 많다고 하셨어요. 잘됐다는 말보다 그 대답이 더 길었네요. 그분이 하고 싶었던 얘기는 그쪽이었던 거겠지요.
돌아오면서 제 방을 한 번 떠올려 봤는걸요.
저라면 뭘 먼저 줄일까 싶었어요. 못 버리고 쌓아둔 것들이 꽤 되는데 그중에 정말 들고 갈 건 몇 개 안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남한테 줄 수 있는 게 있으면 그건 그나마 나은 쪽이겠고요.
화분을 먼저 내주신 순서가 그래서 마음에 남더라고요. 버리는 게 아니라 맡기는 쪽으로 시작하신 거니까요.
가시는 날을 알아뒀으니 그 전에 한 번 인사는 드릴 생각입니다.
화분을 받은 이웃분은 계속 키우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집에서 저 집으로 옮겨 간 화분이 남는 셈이네요. 그 정도라도 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