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공지가 왔어. 동아리방을 옮겨야 한대. 건물 공사 때문에.
새 방은 다른 건물 삼 층이래. 더 넓고 더 밝대.
근데 다들 공지 보고 한참 말이 없었어. 좋아해야 하는데 좋지가 않더라.
불나방 여기가 좋은데.
다 같이 짐을 쌌어. 생각보다 물건이 많더라.
담요, 선인장 화분, 종이학 병 두 개, 급식표 세 장, 찻잔. 다 우리가 하나씩 들고 온 거야.
책상 밑에 선배 낙서랑 우리 낙서도 있었어. 그건 못 가져가. 책상은 두고 가야 하거든.
칼손이 그 낙서를 폰으로 찍었어. 몇 장이나.
짐을 다 뺐어. 방이 텅 비니까 생각보다 작더라.
바닥에 소파 다리 자국이 네 개 남아 있었어. 거기만 바닥 색이 달랐어.
다들 그 자국 주위에 둘러앉았어. 소파는 없는데 소파 자리에.
아무도 말을 안 했어. 한참 그렇게 앉아 있었어.
돌부처 여기서 많이 버텼다.
돌부처가 그 말 하니까 다들 고개를 끄덕였어.
그 방에서 파란 날도 버텼고, 빨간 날도 있었고, 매운 떡볶이 먹고 울었던 날도 있었어.
방은 그냥 방인데 그 방에서 있었던 일들 때문에 떠나기가 싫은 거야. 그 시간이 거기 붙어 있는 것 같아서.
그러니까 우리가 아쉬운 건 방이 아니라 거기서 버틴 우리였던 거라니까.
새 방에 짐을 풀었어. 창문이 크고 햇빛이 많이 들어와.
담요를 새 소파에 걸고, 화분을 창가에 놓고, 종이학 병을 놓았어. 급식표도 붙였어.
그러니까 좀 우리 방 같아지더라. 물건들이 그 시간을 같이 데려온 거야.
칼손 새 방에도 낙서하자.
칼손이 새 책상 밑에 연필로 썼어. 옛날 낙서 세 줄을 그대로 옮겨서. 그리고 한 줄 더.
"방 옮겨도 같이 앉음."
너도 정든 데를 떠나야 하면 서운한 게 당연해. 거기서 버틴 시간이 있으니까.
근데 그 시간은 같이 따라와. 담요 하나, 화분 하나 들고 가면 된다니까. 새 동아리방도 안 닫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