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라디오를 켜요. 늘 같은 채널이지요.
씻고, 옷을 고르고, 머리를 말리는 동안 진행자의 목소리가 집 안을 채워요. 어느새 몇 년째 듣고 있네요.
혼자 사는 집은 아침이 조용해요.
알람이 울리고 나면 아무 소리도 없지요. 그 조용함이 좀 쓸쓸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라디오를 켜기 시작했어요. 누군가 말을 걸어주는 것 같아서요.
매일 같은 진행자가 같은 시간에 인사를 해요.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 날씨는요, 하고요. 그 목소리를 들으면 아 오늘도 하루가 시작됐구나 싶지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인데 이상하게 친한 사람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매일 같은 시간에 들리는 목소리는, 혼자 시작하는 하루에 곁을 하나 만들어준다.
얼마 전 진행자 목소리가 잠겨 있었어요.
감기에 걸렸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듣고 저도 모르게 라디오에 대고 괜찮으세요, 하고 혼잣말을 했지요. 그러고 나서 혼자 웃었어요. 대답이 올 리가 없는데요. 그만큼 그 목소리가 익숙해졌던 거군요.
가끔 청취자 사연이 나와요.
출근길에 버스를 놓쳤다는 얘기, 아이 도시락을 싸다 늦었다는 얘기 같은 거요. 다 평범한 아침 얘기들이지요. 그런데 그걸 들으면 다들 비슷하게 바쁜 아침을 보내고 있구나 싶어서 위로가 되더라고요.
비 오는 아침엔 선곡이 조금 달라져요.
진행자가 창밖에 비가 오네요, 하면서 느린 노래를 틀어주지요. 그러면 우산을 챙기면서도 마음이 덜 급해지더라고요. 같은 비를 보며 같은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다는 게 좋았어요.
현관을 나설 때 라디오를 꺼요.
그 순간 집이 다시 조용해지지요. 그래도 귀에 마지막 노래가 조금 남아 있어요. 그걸 흥얼거리며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네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목소리가 있다는 건 하루를 혼자 시작하지 않는다는 뜻 같아요.
내일 아침에도 그 소리를 켜두면 되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