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창가 화분에 물을 주면서 콧노래를 불렀어요. 햇빛도 좋았고 기분도 가벼웠지요.
그런데 저녁에 같은 자리에 서서 그 화분을 한참 내려다보고 있더라고요. 아무 생각 없이요. 아침의 그 가벼움은 어디 갔는지 모르겠네요.
딱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회사에서 혼난 것도 아니고, 누구랑 다툰 것도 아니었지요. 그냥 해가 지면서 마음도 같이 내려앉은 것 같았어요. 이유를 찾으려 해도 잘 안 잡히더라고요.
생각해보면 마음에도 날씨가 있는 것 같아요.
아침엔 맑았다가 오후엔 흐려지고, 저녁엔 비가 오기도 하지요. 바깥 날씨가 하루에도 몇 번 바뀌는 것처럼 마음도 그런 거겠지요. 그걸 매번 이유로 설명하려니 힘들었던 거군요.
마음에도 날씨가 있어서, 맑았다 흐리는 데 꼭 이유가 필요하진 않다.
저녁에 가라앉으면 아침의 제가 거짓말 같았어요.
그렇게 가벼웠던 게 진짜였나 싶고요. 반대로 아침이 되면 어젯밤 가라앉았던 게 별일 아니었던 것 같지요. 어느 쪽이 진짜 저인지 헷갈리더라고요.
쇼펜하우어는 사람의 기분이 바깥 일보다 몸과 마음 안쪽 상태에 더 많이 좌우된다고 했대요.
그 말을 읽고 조금 편해졌어요. 아침의 저도, 저녁의 저도 다 저인 거지요. 어느 쪽이 거짓인 게 아니라 하루를 지나는 동안 바뀐 것뿐이고요.
요즘은 저녁에 가라앉으면 따뜻한 물로 손을 씻어요.
그리고 창문을 조금 열고 바람을 맞지요. 기분이 확 나아지진 않아도 조금 풀리긴 하더라고요. 가라앉은 저녁을 억지로 끌어올리지 않고 그냥 옆에 앉아 있어 주는 거예요.
오락가락하는 기분은 지치지요.
그래도 날씨처럼 지나가는 거라고 생각하면 조금 견딜 만해요. 저녁에 가라앉은 마음도 아침의 나와 같은 나라고 다독여주셔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