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오랜 친구분들이랑 계모임을 하시거든. 한 달에 한 번 밥 먹는 모임.
그날 엄마가 늦게 들어오셨어. 피곤해 보이셨어.
어땠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웃으시면서 그러셨어. 다들 주식 얘기만 했대.
엄마 말로는 원래는 애들 얘기, 남편 얘기, 드라마 얘기를 한대.
근데 요새는 앉자마자 그 얘기가 나온대. 누구는 물렸고, 누구는 남편이 힘들어하고.
밥 먹는 내내 그 얘기였대. 엄마도 좀 했대. 아빠 얘기.
칼손 어른들 모임도 우리 동아리방이네.
그중에 한 친구분이 제일 힘드시대. 엄마 말로는 꽤 많이 물리셨대.
근데 그분이 제일 많이 웃으셨대. 다른 친구들 얘기도 제일 많이 들어주시고.
엄마가 그분 걱정을 많이 하셨어. 괜찮은 척하는 게 보였대.
그러다 모임 끝날 때 그분이 계산서를 들고 일어나셨대.
"오늘은 내가 낼게. 다들 힘내자."
다들 말렸대. 근데 그분이 끝까지 내셨대.
엄마가 그 얘기 하시다가 잠깐 말을 멈추셨어. 제일 힘든 사람이 밥을 샀다고.
불나방 불나방 떡볶이 같다.
엄마랑 같이 생각해봤어. 그분이 왜 그러셨을까.
엄마가 그러셨어. 아마 자기가 힘든 걸 친구들한테 들키고 싶지 않으셨을 거래. 그래서 오히려 더 베푸신 거래.
그리고 그날 친구들이 다 같이 모여서 얘기 들어준 게 고마우셨을 거래. 그걸 밥으로 갚으신 거래.
나는 그게 좀 아팠어. 힘든 사람이 더 주는 거.
돌부처 다음엔 다들 그분 걸 내드리면 돼.
엄마가 그날 밤 그 친구분한테 문자를 보내셨대. 오늘 밥 고마웠다고, 다음엔 내가 산다고, 밥 잘 챙겨 먹으라고.
그분한테 답장이 왔대. 하트 하나랑 "고마워" 한 마디.
엄마가 그 답장을 한참 보셨어. 그리고 그러셨어. 다음 모임엔 그분 좋아하는 반찬 싸 가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