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엄마와 통화를 했어요. 늘 그렇듯 엄마는 괜찮다고 하셨지요.
밥 잘 먹고, 별일 없고, 다 괜찮다고요. 그런데 통화 중에 수화기 너머로 찌익, 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파스 뜯는 소리였네요.
뭐 하시냐고 물었어요.
엄마가 아니 그냥 어깨가 좀,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금방 말을 돌리셨지요. 너는 밥 먹었니, 회사는 괜찮니. 엄마 어깨 얘기는 거기서 끝났어요. 저는 더 묻지 못했고요.
엄마는 늘 괜찮다고 하세요.
감기에 걸려도, 허리가 아파도, 속상한 일이 있어도요. 자식 걱정 끼치기 싫으신 거겠지요. 그 마음을 알아서 저도 그냥 넘어가곤 했어요. 그런데 그날은 파스 소리가 계속 귀에 남았네요.
괜찮다는 말 뒤에 숨은 작은 소리를 알아듣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연민이다.
생각해보니 저도 엄마한테 늘 괜찮다고 해요.
회사에서 혼난 날도, 몸이 안 좋은 날도요. 엄마가 걱정할까 봐서지요. 엄마와 저는 서로에게 괜찮다는 말만 주고받고 있었던 거예요. 둘 다 괜찮지 않은 날에도요.
다음 날 점심때 다시 전화를 걸었어요.
어깨 어떠시냐고 바로 물었지요. 엄마가 잠깐 놀라시더니 웃으셨어요. 사실 며칠째 좀 아프다고 털어놓으셨네요. 병원은 가봤다고, 별건 아니라고요. 그 얘기를 들으니 오히려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숨기지 않고 말해주신 게 고마웠어요.
쇼펜하우어는 남의 아픔을 함께 느끼는 연민이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문다고 했대요.
엄마와 저 사이에도 괜찮다는 말로 쌓인 얇은 벽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한 번 더 묻는 것으로 그 벽이 조금 얇아졌네요.
주말에 본가에 가면서 파스 한 상자를 샀어요.
엄마가 뭘 이런 걸 사 오냐고 하시면서도 서랍에 잘 넣으셨지요. 저녁엔 엄마 어깨에 직접 붙여드렸어요. 엄마 등이 생각보다 작더라고요.
괜찮다는 말 뒤에 숨은 작은 소리를 알아듣는 것도 연민이겠지요.
오늘은 괜찮냐고 한 번 더 물어봐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