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내 친구 얘기를 물으시면 대답하기가 어렵거든. 누구랑 노냐, 걔는 어떤 애냐.
숨길 게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 잘 안 나온다니까.
한번 이름을 말씀드리면 그다음에 그 이름을 기억하시고 또 물으시더라. 걔는 요새 어떠냐, 이렇게.
그게 좀 부담스러웠거든. 나는 한 번 말한 건데 그게 계속 남는 거잖아.
말한 쪽은 잊고 들은 쪽은 남는다는 거, 그게 집에서도 그런 거였어.
칼손 저는 이름을 안 말해요.
왜 어려운지 생각하다가 알겠더라. 그 친구가 어떤 애냐고 물으시면 내가 한 줄로 정해야 되잖아.
그 한 줄이 엄마한테는 그 애 전부가 되는 거고. 방에서 새로 온 애 소개하는 거랑 똑같은 문제라니까.
두 달이 아니라 몇 년을 갈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러니까 함부로 못 말하는 거였어.
예전에 한 친구를 좀 무심한 애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거든. 그때 내가 그렇게 알고 있었으니까.
나중에 내가 잘못 알았던 건데 엄마는 아직도 그 애를 그렇게 알고 계시더라. 고치기도 애매하고.
한 줄이 몇 년을 정한 거잖아. 나는 그게 좀 미안했다니까.
돌부처 남 얘기는 짧게 해야지.
지금은 어떤 애냐고 물으시면 성격은 안 말하거든. 사실만 말해.
같은 반이라든가 뭘 좋아한다든가. 판단이 안 들어가는 걸로만 말한다니까.
그러면 엄마도 더 안 물으시더라. 판단이 없으면 이어붙일 게 없으니까.
그리고 그 무심하다고 했던 애 얘기를 엄마한테 한 번 다시 했거든. 내가 잘못 알았던 것 같다고.
엄마가 알겠다고만 하시더라. 고쳐졌는지는 모르겠고.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사람도 자꾸 잘못 보거든. 반년을 틀린 적도 있고.
그러니까 내가 내린 판단을 남한테 옮기는 게 제일 위험한 거잖아. 내가 틀리면 그게 그대로 가는 거니까.
사실만 말하면 틀려도 고칠 수 있더라. 판단은 못 고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