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설거지를 하다 말고 물을 잠그더라. 그리고 나한테 물어봤어.
늘 반대였거든. 내가 묻고 엄마가 대답을 안 해주는 쪽이었잖아. 그날은 순서가 바뀐 거다.
당연히 대답을 못 했지.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애니까.
모른다고 했더니 엄마가 알겠다고 하고 다시 물을 트시더라. 그걸로 끝이었어.
근데 그게 며칠을 남았다니까. 엄마가 뭘 물어봤는지보다 물어봤다는 게 계속 걸리더라.
불나방 그거 좋은 거 아니에요?
불나방은 좋은 거라고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더라. 어른이 애한테 먼저 물어보는 상황이잖아.
물어볼 데가 없어서 물어본 거면 그건 좋은 게 아니라니까. 아빠한테도 안 물어보고 이웃한테도 안 물어봤을 텐데 왜 나한테 물어봤겠냐.
그 생각이 드니까 좀 무겁더라.
방에서 이 얘기를 꺼냈더니 비슷한 애가 몇 있더라. 집에서 어른이 자기한테 먼저 물어본 적 있는 애들.
셋 다 똑같은 말을 했거든. 대답을 못 해서 미안했다고.
근데 셋 다 그 얘기를 집에 다시 안 꺼냈다더라. 미안한데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르니까 그냥 덮은 거다.
돌부처 모르는 게 죄는 아닌데.
한참 지나서 엄마한테 다시 말했거든. 그때 몰라서 대답 못 했다고.
엄마가 웃으면서 알고 있다고 하시더라. 대답 들으려고 물어본 게 아니었대.
그냥 소리 내서 말할 데가 필요했던 거라는 거다. 그 말 듣고 나는 좀 풀렸다니까.
그러고 나서는 엄마가 가끔 그냥 말씀하시더라. 물어보는 게 아니라 소리 내서 말하는 거. 나는 듣기만 하면 되니까 그건 할 수 있잖아.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어른한테 해줄 말이 하나도 없거든. 그건 앞으로도 그럴 거고.
근데 그날 배운 게 있잖아. 어른이 먼저 물어보면 그건 답을 원하는 게 아니더라.
그러니까 모른다고 하고 그냥 옆에 있으면 되는 거라니까. 동아리방에서 하던 거랑 똑같은 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