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하려고 현관에서 신발을 신다가 돌아봤어요. 겉옷 챙겨, 하는 말이 들리는 것 같았거든요.
물론 아무도 없었지요. 혼자 사는 집이니까요. 그런데 결국 진짜로 겉옷을 챙겨 나갔네요.
같이 살 땐 엄마 잔소리가 정말 듣기 싫었어요.
밥 먹고 바로 눕지 마라, 늦게 다니지 마라, 겉옷 챙겨라. 매일 같은 말이었지요. 알아서 할 텐데 왜 자꾸 그러시나 싶었어요. 대답도 건성으로 했고요.
혼자 살기 시작하고 나서 그 말들이 사라졌어요.
아무도 밥 먹었냐고 묻지 않고, 늦게 들어와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지요. 처음엔 자유로워서 좋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조용함이 조금 허전하더라고요.
잔소리가 사라진 자리에는, 나를 챙기던 시선도 함께 비어 있다.
신기한 건 그 말들이 제 안에 남아 있다는 거예요.
밥 먹고 바로 누우려다가 멈칫하고, 추운 날엔 현관에서 겉옷을 다시 보게 되지요. 엄마 목소리가 제 안에서 저를 챙기고 있는 거였어요. 잔소리가 사라진 게 아니라 제 안으로 이사 온 거군요.
이제야 알 것 같아요.
그 잔소리들은 다 걱정이었지요. 네가 춥지 않았으면,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엄마는 그렇게밖에 표현을 못 하셨던 거고요. 같이 살 땐 그 마음이 잔소리 소리에 가려서 안 보였네요.
그날 저녁 엄마한테 전화를 했어요.
별일 없이 그냥 했다고 하니 엄마가 밥은 먹었냐고 물으셨지요. 날 추워졌는데 겉옷은 챙기냐고도 하셨고요. 예전 같으면 건성으로 대답했을 텐데 이번엔 응, 챙겼어, 하고 대답했어요. 엄마가 웬일로 말을 잘 듣냐며 웃으셨네요.
그리운 잔소리는 이미 내 안에 들어와 나를 챙기고 있지요.
그래도 가끔은 진짜 목소리로 듣고 싶어지더라고요. 오늘은 그 목소리를 한번 직접 들으러 전화해봐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