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을 마치고 지하철에 앉았어요. 따뜻한 히터 바람에 눈이 스르르 감겼지요.
깨어보니 열차가 처음 보는 역에 서 있었어요. 내릴 역을 다섯 정거장이나 지나쳐 있더라고요. 급하게 내렸지요.
처음 내려보는 역이었어요.
승강장에 서서 잠깐 멍하니 있었지요. 피곤한데 다시 돌아가야 한다니 한숨이 나왔어요. 반대편 열차를 기다리려다 문득 출구 쪽이 궁금해졌어요. 어차피 늦은 김에 잠깐 나가보기로 했네요.
출구를 나서니 작은 떡볶이 포장마차가 있었어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지요. 쌀쌀한 밤공기 속에서 그 김이 너무 따뜻해 보였어요. 저도 모르게 다가가서 떡볶이 한 컵을 주문했네요. 아주머니가 어묵 국물도 한 컵 따라주셨어요.
잘못 내린 역에서도, 따뜻한 무언가 하나를 발견하면 그 저녁은 길을 잃은 저녁이 아니게 된다.
떡볶이를 먹으며 그 동네를 둘러봤어요.
오래된 상가, 불 켜진 세탁소, 골목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보였지요. 매일 지하철로 지나치기만 하던 동네였어요. 이런 데도 누군가의 일상이 있었구나 싶었네요. 아주머니가 이 동네 처음이냐고 물으셔서 졸다가 잘못 내렸다고 했어요. 아주머니가 웃으셨지요.
돌아가는 열차를 한 대 보냈어요.
떡볶이를 천천히 다 먹고 싶었거든요. 그 몇 분이 이상하게 좋았어요. 원래 계획에 없던 시간이었으니까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게 그렇게 편할 줄은 몰랐군요.
평소보다 사십 분 늦게 집에 도착했어요.
피곤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지요. 입안에 떡볶이 맛이 남아 있었고요. 다음에 또 그 역에 가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내릴 역을 지나친 저녁도 처음 보는 역에서 따뜻한 걸 발견하면 괜찮은 저녁이 되더라고요.
오늘 길을 잘못 들었다면 잠깐 둘러보고 가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