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생일을 며칠 지나서 알았거든. 단톡방에 다른 애가 올린 걸 보고 알았어.
그때 마음이 좀 이상하더라. 미안한데 이미 늦었잖아.
지금 말하면 이상한가 싶었거든. 늦게 아는 것도 좀 그런데 늦게 말하는 건 더 그런 것 같았어.
사흘을 더 고민했다니까. 그러다 결국 아무 말도 안 하고 넘어갔어.
그게 제일 안 좋은 선택이었더라. 지금 생각하면 그렇다.
칼손 저도 그거 하다가 그냥 지나갔어요.
늦게라도 말했으면 그날 끝났을 텐데 안 하니까 계속 남더라. 그 친구를 볼 때마다 생각나잖아.
그 친구는 아마 아무 생각도 없었을 거다. 나 혼자 몇 달을 신경 쓴 거라니까.
안 한 게 편해서 안 한 건데 결과는 더 불편했던 거잖아.
그다음부터는 늦어도 그냥 말하거든. 늦어서 미안하다고 한 줄 보내.
해보니까 이게 제일 쉽더라. 변명을 안 붙이니까 짧아지고 짧으니까 보내기가 쉬워지잖아.
받은 쪽도 대부분 그냥 고맙다고 하고 끝난다니까. 내가 걱정한 것 같은 일은 한 번도 안 일어났어.
그리고 늦게 하면 오히려 기억에 남더라. 생일 당일에 오는 인사는 여러 개라 다 묻히는데, 며칠 뒤에 온 건 혼자니까 눈에 띄잖아.
돌부처 늦은 게 안 한 것보단 낫지.
동아리방에서도 이런 게 꽤 있거든. 축하할 일을 놓치는 거.
누가 뭘 잘했는데 그때 아무 말도 못 하고 지나가면 그게 그대로 남더라. 며칠 지나서라도 말하면 그때 풀리고.
지금은 늦었다고 안 하고 그냥 한다. 늦은 게 안 한 것보다 나은 건 확실하니까.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사람 챙기는 것도 서툴거든. 자꾸 놓치고 자꾸 늦어.
근데 그거 하나는 정했다니까. 늦었다고 안 하지는 않는 거.
늦게 하면 좀 민망하고 마는데 안 하면 그건 안 없어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