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뉴스에서 철새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나왔어요. 강과 호수에 겨울 철새들이 하나둘 내려앉고 있다는 얘기였지요.
그 주 주말 강가 산책길을 걷다가 이웃 할아버지를 만났어요. 하늘을 올려다보고 계시더라고요.
할아버지는 하늘의 새 떼를 손가락으로 세고 계셨어요.
브이 자로 날아가는 새들이었지요. 하나, 둘, 셋 하시다가 놓치시고는 웃으셨어요. 그러고는 작년보다 일찍 왔네, 하고 혼잣말을 하셨네요. 해마다 그 새들을 기다리셨던 모양이에요.
뉴스에서는 철새들이 먼 곳에서 해마다 같은 길로 날아온다고 했어요.
누가 길을 알려주지 않아도 그 길을 기억한다고요. 저는 새들이 어떻게 길을 아는지 잘 몰라요. 다만 그 먼 길을 해마다 다시 날아온다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해마다 같은 길로 돌아오는 것들은, 기다리는 사람에게 계절이 무사히 돌아왔다고 알려준다.
할아버지께 여쭤봤어요. 매년 보러 나오시냐고요.
돌아가신 할머니가 새를 좋아하셨대요. 둘이 매년 이맘때 이 길을 걸으며 새를 봤다고 하셨지요. 이제는 혼자 나오시는데, 새가 오면 할머니 생각이 난다고요. 담담하게 말씀하셨지만 목소리가 조금 낮아지셨어요.
저도 할아버지 옆에 서서 한참 하늘을 봤어요.
새 떼가 몇 번 더 지나갔지요. 둘이 아무 말 없이 그걸 봤어요. 할아버지가 저 녀석들 올해도 잘 왔네, 하셨고 저는 네, 하고 대답했어요. 그게 그날 대화의 전부였네요.
새들은 겨울을 나고 봄이면 다시 떠나겠지요.
그리고 또 이맘때 돌아올 거예요. 할아버지도 아마 그때 또 그 길에 서 계실 거고요. 해마다 돌아오는 것들이 있다는 게 조금 위로가 되더라고요.
계절은 하늘에서 먼저 오기도 하지요.
해마다 같은 길로 돌아오는 새들처럼 우리도 계절마다 조금씩 돌아오는 거겠지요. 오늘은 하늘 한 번 올려다봐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