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동아리방으로 옮긴 기념으로 단체티를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거든. 불나방이 먼저 꺼냈어.
다들 좋다고 했어. 근데 디자인 얘기가 나오자마자 싸움이 시작됐어.
불나방 등에 큰 개미 그림 넣자. 주식 동아리니까.
칼손이 바로 반대했어. 개미 그림은 싫대.
밖에서 입고 다니면 다들 주식하는 애라고 알 거잖아. 그게 싫대.
불나방은 그게 뭐가 어떠냐고 했어. 우리 주식 동아리 맞잖아.
둘이 한참 티격태격했어. 돌부처는 옆에서 아무 말 안 했고.
그래서 내가 물어봤어. 그럼 우리 티셔츠에 뭘 담고 싶냐고.
불나방은 우리가 주식 동아리라는 거. 당당하게.
칼손은 그냥 우리라는 거. 주식 말고.
듣다 보니까 둘 다 맞는 말이었어. 불나방은 우리 이름을 담고 싶은 거고, 칼손은 우리 관계를 담고 싶은 거야.
칼손 주식 말고도 우리는 우리잖아.
그때 돌부처가 연습장을 내밀었어. 뭘 그려놨더라.
소파에 넷이 앉아 있는 작은 실루엣. 담요 하나 덮고.
아무 글자도 없고 개미도 없어. 그냥 넷이 붙어 앉은 그림.
다들 그거 보고 조용해졌어. 그게 우리였거든.
돌부처 이거면 돼.
결국 돌부처 그림으로 정했어. 등판에 작게.
앞에는 불나방 의견 반영해서 작은 개미 하나 넣었어. 왼쪽 가슴에 손톱만 하게. 칼손도 그 정도는 괜찮대.
티셔츠가 나온 날 다들 입고 새 동아리방 소파에 앉았어. 그림이랑 똑같이.
불나방이 사진 찍었어. 동아리방 첫 사진이야. 옛날 방에선 한 장도 안 찍었거든.
너도 무리를 하나로 묶을 뭔가를 만들 때 이름보다 같이 있는 모습을 생각해봐.
그게 제일 오래 남는다니까. 새 동아리방 벽엔 그날 사진이 붙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