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이 어느 날 동아리방에 작은 케이크를 들고 왔거든. 누구 생일이냐고 다들 물었어.
불나방이 그러더라. 자기 계좌 생일이래. 만든 지 딱 일 년 됐대.
다들 어이없어서 웃었어. 계좌 생일을 챙기는 애가 어디 있냐.
불나방 일 년 버텼으면 축하해야지.
케이크 위에 초콜릿 판이 있었는데 거기 글씨가 쓰여 있더라.
"버틴 지 일 년."
불나방이 빵집에서 직접 써달라고 했대. 사장님이 무슨 뜻이냐고 물어서 그냥 웃었대.
그 문구를 보는데 다들 웃음이 좀 줄더라. 축하라고 하기엔 좀 짠한 말이잖아.
불나방이 일 년 동안 있었던 얘기를 했어. 처음 계좌 만들고 설렜던 날, 처음 물렸던 날, 앱 지웠다 다시 깐 날.
좋은 날도 있었고 안 좋은 날도 있었대. 근데 안 좋은 날이 더 많았대.
그래도 일 년 동안 동아리방에 매일 왔대. 그게 제일 자랑스럽대.
칼손 너 진짜 매일 왔어. 내가 봤어.
나는 처음에 좀 헷갈렸어. 이게 축하할 일인지.
결과가 좋았으면 축하할 만하잖아. 근데 불나방 일 년은 그렇게 좋진 않았거든.
근데 불나방이 축하하는 건 결과가 아니었어. 버틴 거였어. 그만두고 싶은 날도 있었는데 안 그만둔 거.
결과는 몰라도 버틴 건 확실하잖아. 그건 축하할 만한 거라니까.
돌부처 나도 버틴 거 축하받고 싶어.
그래서 다 같이 초를 켰어. 초는 하나. 일 년이니까.
생일 노래 대신 "버틴 지 일 년" 노래를 불렀어. 불나방이 즉석에서 만든 거. 가사는 엉망이었어.
불나방이 초를 불고 소원을 빌었대. 뭐 빌었냐고 물었더니 다음 일 년도 여기서 케이크 먹는 거래.
케이크는 진짜 맛있었어. 돌부처가 제일 많이 먹었어.
너도 뭔가 버티고 있으면 그거 축하해도 돼. 결과가 어떻든 버틴 날들은 진짜니까.
케이크까진 아니어도 괜찮아. 동아리방에선 초 하나만 켜도 다들 노래 불러준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