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에서 동네 벼룩시장에 부스를 냈거든. 안 쓰는 물건 모아서.
우리 옆자리에 아주머니 한 분이 계셨어. 예쁜 찻잔 세트를 내놓으셨더라.
손님이 별로 없어서 아주머니랑 얘기를 좀 하게 됐어. 무슨 동아리냐고 물으셔서 주식 동아리라고 했어.
주식 동아리라고 하니까 아주머니 얼굴이 좀 바뀌셨어. 웃으시다가 갑자기 진지해지셨어.
그러시더니 얘기를 시작하셨어. 아주머니도 하신대. 요새 많이 힘드시대.
처음 보는 우리한테 그런 얘기를 하시니까 좀 놀랐어. 근데 아주머니는 계속 하셨어.
불나방 우리한테 그런 얘기 하셔도 돼요?
얘기하시는 동안 아주머니가 찻잔을 하나씩 들어서 천으로 닦으셨어.
이미 깨끗한데. 닦고, 내려놓고, 다른 거 들어서 또 닦고.
손님이 와도 계속 닦으셨어. 얘기하시는 동안 손이 쉬지를 않더라.
나는 그 손이 제일 기억에 남아. 동아리방에서 칼손이 우유팩 찌그러뜨리던 손이랑 똑같았거든.
한참 얘기하시다가 아주머니가 웃으시면서 그러셨어. 미안하다고, 학생들한테 별 얘기를 다 한다고.
근데 그러시더라. 아는 사람한테는 말 못 하겠대. 가족한테도 친구한테도.
모르는 사람이라서, 그리고 주식 동아리라고 해서 그냥 말이 나왔대.
그 말 듣고 알았어. 모르는 사람이 오히려 편할 때가 있는 거야. 다시 안 볼 사람이니까.
돌부처 우리 그냥 들었어.
우리는 아무 조언도 안 했어. 할 수도 없고. 종목도 모르니까.
그냥 들었어. 다 듣고 나서 칼손이 우리 부스에 있던 손난로 하나를 아주머니한테 드렸어. 날이 좀 쌀쌀했거든.
아주머니가 받으시면서 찻잔 하나를 우리한테 주셨어. 그냥 가져가래. 들어줘서 고맙다고.
그 찻잔 지금 동아리방에 있어. 다들 그걸로 차 마셔.
너도 아는 사람한테는 못 하는 얘기를 모르는 사람한테 해봤으면 그거 이상한 거 아니야. 그런 날이 있는 거거든.
동아리방엔 그 찻잔이 있어. 들어줄 애들도 있고. 모르는 사이여도 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