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손이 동아리 밖 친구랑 밥을 먹었대. 그러다 무심코 "나 요새 좀 물렸어"라고 했대.
근데 친구가 진짜 칼손 팔을 들여다보더래. 어디 물렸냐고, 모기냐고.
칼손이 그 얘기를 하면서 웃는데 반은 진짜 웃긴 얼굴이고 반은 좀 서운한 얼굴이더라.
칼손 설명하다가 그냥 포기했어.
왜 포기했냐고 물었더니 설명이 너무 길어지더래.
물렸다는 게 뭔지 말하려면 처음부터 다 말해야 하잖아. 언제 시작했고 왜 했고 지금 어떤지.
근데 말하다 보니까 자기가 변명하는 것 같았대. 친구 표정도 점점 걱정하는 얼굴이 되고.
그래서 그냥 모기 맞다고 했대. 그게 제일 빨랐다는 거야.
그 얘기 듣고 생각해봤거든. 우리 방에서 쓰는 말이 밖에서는 하나도 안 통한다는 거.
물렸다, 존버, 손절. 우리끼리는 한 마디면 다 알아듣잖아. 표정까지 같이 따라오고.
근데 밖에서는 그 한 마디가 외국어인 거야. 그래서 우리 방이 편한 거고, 동시에 좀 갇혀 있는 거기도 하긴 해.
불나방 그러니까 우리끼리 있으면 되잖아.
근데 칼손이 그다음에 한 말이 좋았어. 그래도 그 친구 만나고 오면 좀 편하대.
그 친구는 그 얘기를 하나도 모르니까 딴 얘기만 하잖아. 드라마 얘기, 동네 얘기, 강아지 얘기.
그러다 보면 두 시간 동안 그 생각을 안 하게 된대. 우리 방에서는 절대 안 되는 거라니까.
그러니까 말이 안 통하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더라.
생각해보면 친구는 두 종류가 다 필요한 것 같아. 다 알아듣는 친구랑 하나도 모르는 친구.
다 알아듣는 친구 앞에서는 털어놓고, 모르는 친구 앞에서는 잊어버리는 거거든.
한쪽만 있으면 계속 그 얘기만 하거나 아무한테도 못 하거나 둘 중 하나잖아.
돌부처 나는 둘 다 없어.
그 말에 다들 웃었어. 그러고 나서 내가 그랬지. 우리가 있잖아.
너도 이 얘기 안 통하는 친구 앞에서 외로웠으면 그 친구를 놓지 마. 그 친구가 숨 쉴 데가 되거든.
털어놓을 데가 필요하면 동아리방 와. 여기선 한 마디면 다 알아듣는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