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이 동아리방에 종이를 한 장 들고 왔어. 우리 동아리 노래를 만들었대.
가사를 읽어보니까 진짜 엉망이었어.
"이번엔 다르다 이번엔 다르다 우리는 개미 불나방 칼손 돌부처..."
다들 빵 터졌어. 불나방이 진지하게 읽어서 더 웃겼어.
불나방 이거 명곡이라니까. 멜로디도 있어.
그래서 다 같이 고치기로 했어. 한 줄씩.
칼손이 첫 줄을 바꾸자고 했어. "이번엔 다르다"는 좀 무섭대. 매번 다르지 않았으니까.
불나방이 좀 서운해했는데 결국 동의했어. 자기도 틀렸다고 인정했던 적 있으니까.
그 자리에 뭘 넣을지 다들 고민했어.
후배가 그러더라. 우리 방에서 제일 많이 하는 말을 넣자고.
다들 생각해봤어. 우리가 서로한테 제일 많이 한 말이 뭐지.
돌부처가 바로 대답했어.
돌부처 밥 먹었냐.
다들 고개를 끄덕였어. 맞아. 그게 제일 많이 한 말이야.
그래서 후렴에 "밥 먹었냐"를 넣었어. 세 번.
최종 가사가 나왔어. 짧은 노래야.
"문 열면 과자 하나, 창문은 한 뼘만, 오늘도 왔다, 밥 먹었냐, 밥 먹었냐, 밥 먹었냐."
"이번엔 다르다"는 한 번도 안 나와. 대신 우리가 매일 하는 것들이 들어갔어.
불나방이 멜로디를 붙였어. 좀 이상한 멜로디였는데 다들 따라 불렀어.
생각해보면 그 노래에 남은 말들이 다 우리가 서로한테 한 거잖아.
과자 밀어주기, 창문 한 뼘, 오늘도 왔다, 밥 먹었냐. 큰 말은 하나도 없어. 다 작은 거야.
근데 그게 우리를 버티게 한 거라니까. 노래로 만들어보니까 더 잘 보이더라.
칼손 이 노래 들으면 동아리방 생각날 것 같아.
너도 친구들이랑 뭔가 같이 만들어보고 싶으면 노래 하나 만들어봐. 가사가 엉망이어도 돼.
서로한테 제일 많이 한 말을 넣으면 그게 너네 노래가 된다니까. 동아리방에선 요새 금요일마다 그 노래 불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