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함 틈으로 봉투 모서리가 나와 있네요. 며칠째 보고 지나갑니다.
열쇠는 늘 손에 있었는데 손이 안 갔어요.
우편함에 오는 건 대개 좋은 소식이 아닌걸요.
고지서나 안내문 같은 것들이지요. 반가운 게 오는 자리가 아니라는 걸 아니까 손이 늦어지는 겁니다. 안 열면 아직 아무 일도 안 생긴 것 같기도 하고요.
열지 않은 봉투 안에서는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우리가 그렇게 믿기로 할 뿐이다.
특히 어떤 달은 더 그렇더라고요.
숫자를 보면 그다음에 계산을 해야 하고요. 계산을 하면 다음 달까지 그려야 하는걸요. 그 순서가 시작되는 게 싫어서 그냥 두는 거지요.
물론 안 열어도 달라지는 건 없어요.
며칠 뒤에 열어보면 그때 있던 게 그대로 있습니다. 줄지도 늘지도 않고요. 미룬 며칠은 그냥 모르고 지낸 며칠일 뿐인걸요.
다만 종류에 따라 늦으면 커지는 것도 있더라고요.
기한이 있는 건 그렇지요. 그래서 며칠은 괜찮은데 몇 주는 안 되는 겁니다. 저도 그걸 한 번 겪어보고 기준이 생겼어요.
요즘은 규칙을 하나 뒀어요.
들어올 때 말고 나갈 때 열게 되네요. 들어올 때 열면 그걸 들고 집에 들어가야 하고, 그러면 그날 저녁이 무거워지니까요. 나갈 때 열면 밖에서 한 번 보고 마음을 정할 수 있습니다.
아주 가끔은 반가운 게 들어 있기도 합니다.
어디서 보낸 엽서라든가 누가 보낸 안내장 같은 거요. 그런 건 안 열어본 며칠 동안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셈이지요. 그걸 늦게 본 날은 좀 미안해집니다.
그래서 다 무서운 것만 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했는걸요.
안 열어본 며칠 동안 안에 있던 건 대개 그대로 있겠지요.
무서운 것도 생각보다는 작고요. 오늘 우편함을 지나치셨다면, 내일 나가시는 길에 한 번 열어보셔도 되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