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가 운동장 열 바퀴 도는 거 보고 다들 좀 자극받았거든.
근데 열 바퀴는 못 하겠고. 그래서 한 바퀴만 돌자고 했어. 점심 먹고 다 같이.
처음엔 하루만 하자고 했는데 그게 매일이 됐어.
불나방 밥 먹고 걸으면 소화도 되고 좋다니까.
다섯 명이 운동장을 걸으면 나란히 못 걸어. 좁아서.
그래서 늘 두 줄로 걸어. 앞에 세 명, 뒤에 두 명.
근데 신기한 게 앞줄 뒷줄이 매일 바뀌어. 누가 정한 것도 아닌데.
오늘 말하고 싶은 애가 앞줄로 가고, 조용히 걷고 싶은 애가 뒷줄로 가. 자연스럽게.
걸으면서 하는 얘기는 좀 달라.
동아리방에서는 마주 보고 앉으니까 얘기가 무거워지잖아. 얼굴 보면서 말해야 하니까.
근데 걸을 때는 다들 앞만 보고 걸어. 얼굴 안 보고 말하니까 좀 편해.
칼손이 처음으로 동생 얘기를 꺼낸 것도 산책할 때였어. 후배가 반 얘기를 더 자세히 한 것도.
칼손 걸으면 말이 그냥 나와.
운동장 한 바퀴는 오 분쯤 걸려. 짧지.
근데 그 오 분이 점심시간에 딱 좋더라. 너무 길면 지치고 너무 짧으면 얘기를 못 하고.
한 바퀴 돌고 나면 다들 얼굴이 좀 풀려 있어. 바람 쐬고 햇빛 받고.
그리고 다시 교실로 가. 오후 수업을 버틸 힘이 조금 생겨서.
비 오는 날은 못 걸어. 그럼 다들 아쉬워해.
한번은 비 오는 날에 복도를 한 바퀴 돌았어. 다섯 명이 복도를 줄지어 걸으니까 다른 반 애들이 쳐다봤어.
불나방이 당당하게 말했어. 산책 모임이에요!
돌부처 복도도 괜찮네.
너도 점심 먹고 교실에 바로 앉기 무거우면 운동장 한 바퀴만 돌아봐. 친구랑 같이.
걸으면서 하는 얘기는 좀 가볍다니까. 우리는 내일도 한 바퀴 돌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