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알람을 못 듣고 늦게 일어났어요. 허겁지겁 옷을 입고 뛰어나갔지요.
정류장이 보이는데 버스가 막 떠나고 있었어요. 손을 흔들었지만 이미 늦었네요. 다음 버스를 타면 지각이 확실했어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숨을 골랐어요.
가슴이 쿵쾅거렸지요. 택시를 탈까, 다음 정류장까지 뛸까 머릿속이 바빴어요. 그런데 문득 어차피 늦는 거라면 뛰어봤자 몇 분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내려앉더라고요.
숨을 고르며 고개를 숙였는데 정류장 옆 화단이 보였어요.
거기 작은 노란 국화 한 송이가 피어 있었지요. 매일 이 정류장에 서는데 그동안 한 번도 못 봤던 꽃이었어요. 늘 버스 시간만 보고 뛰어다녔으니까 그랬겠지요.
이미 늦은 아침에는, 서두르는 대신 멈춰 선 자리에서 보이는 것이 있다.
팀장님께 조금 늦을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어요.
괜찮다고, 조심히 오라는 답이 금방 왔지요. 생각보다 큰일이 아니었어요. 저 혼자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뛰고 있었던 거군요. 그 답을 보고 나니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편해졌어요.
쇼펜하우어는 바꿀 수 없는 걸 받아들이면 조금 가벼워진다고 했대요.
떠난 버스는 제가 바꿀 수 없는 일이었지요. 그걸 붙잡으려고 뛰는 대신 받아들이니 오히려 하루가 덜 엉망이 됐어요.
다음 버스는 생각보다 한산했어요.
창가 자리에 앉아 창밖을 봤지요. 평소엔 늘 졸거나 휴대폰을 보던 길이었는데 그날은 창밖이 눈에 들어왔어요.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있었고, 가게 앞을 쓰는 아저씨도 보였어요. 늦은 덕분에 처음 보는 아침 풍경이었네요.
십오 분 늦게 사무실에 도착했어요.
아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요.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국화 생각을 했어요. 지각한 아침인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더라고요.
이미 늦은 아침에는 몇 분 더 뛰는 것보다 숨 한 번 고르는 게 하루를 지키는 일 같아요.
늦었다면 오늘은 그냥 걸어가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