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나면 회사 근처 작은 공원에 가요. 나무 아래 벤치에 이십 분쯤 앉아 있다가 들어가지요.
같은 벤치 반대쪽 끝에는 늘 정장 차림 남자분이 앉아 계세요. 매일 빵 부스러기를 조금씩 떼어 비둘기 두 마리에게만 던져주시더라고요.
점심시간은 원래 같이 보내는 시간이지요.
동료들과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요. 저도 그게 싫은 건 아니에요. 다만 오후를 버티려면 잠깐은 혼자 있어야 하더라고요. 말을 안 해도 되는 이십 분이요.
벤치에 앉으면 공기가 달라요.
사무실의 건조한 공기 대신 흙냄새와 나뭇잎 냄새가 나지요. 요즘은 잎이 조금씩 노랗게 물들고 있어요. 바람이 불면 몇 장씩 떨어지고요. 그걸 보고 있으면 오전에 쌓인 게 조금씩 내려앉네요.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되는 이십 분이, 남은 하루를 견딜 만하게 만든다.
반대쪽 끝의 그분과는 한 번도 말을 나눈 적이 없어요.
그래도 매일 같은 자리에 앉으니 왠지 아는 사이 같지요. 그분도 저처럼 혼자 있고 싶어서 오시는 거겠지요. 비둘기 두 마리는 그분이 오시면 어디선가 날아오더라고요. 셋이 아는 사이인 것 같았어요.
비 오는 날은 공원에 못 가요.
그런 날은 사무실 창가에서 공원 쪽을 내려다보지요. 젖은 벤치가 비어 있는 게 보여요. 그분도 오늘은 어디서 이십 분을 보내고 계실까 궁금해지네요.
지난주에 그분이 먼저 일어나시면서 고개를 살짝 숙이셨어요.
저도 얼떨결에 고개를 숙였지요. 말 한마디 없는 인사였어요. 그런데 그 뒤로 벤치에 앉을 때 조금 덜 혼자인 기분이 들더라고요.
바쁜 하루에도 혼자 있는 이십 분이 필요하지요.
그런 자리가 하나쯤 있으면 오후가 조금 덜 길게 느껴지더라고요. 회사 근처에 그런 벤치 하나쯤 찾아두셔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