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거래처에 메일을 보냈어요. 그런데 첨부 파일을 빠뜨렸지요.
상대가 파일이 없다고 답장을 보내왔어요. 바로 다시 보냈지만 그 뒤로 오후 내내 기분이 가라앉았네요. 나는 왜 이런 것도 제대로 못 하나 싶었어요.
이상하게 그런 날이 있어요.
작은 실수 하나가 나 전체를 대표하는 것 같은 날이요. 첨부 파일 하나 빠뜨린 게 아니라, 내가 원래 덤벙대고 부족한 사람인 것 같았지요. 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어요. 지난번 실수까지 다 떠오르더라고요.
퇴근길 버스에서 그날 한 일을 세어봤어요.
처리한 일이 열두 건이었지요. 그중 실수는 그 하나뿐이었어요. 나머지 열한 건은 다 제대로 했고요. 그런데 하루 종일 그 하나만 붙잡고 있었던 거예요. 열한 개는 당연하고 하나만 크게 보였던 거군요.
자존감이 바닥인 날은, 잘한 열한 가지가 사라지고 실수 하나만 남는 날이다.
생각해보면 남한테는 이렇게 안 해요.
동료가 실수하면 괜찮다고,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하지요. 그 사람이 형편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저한테만은 너무 엄격했어요. 실수 하나로 저 전체를 판단하고 있었네요.
쇼펜하우어는 사람이 좋은 것보다 나쁜 것을 훨씬 또렷하게 느낀다고 했대요.
몸이 멀쩡할 때는 모르다가 작은 상처 하나에 온 신경이 쏠린다고요. 마음도 그런 것 같아요. 잘한 건 느껴지지 않고 실수만 또렷하지요. 그걸 알고 나니 조금 덜 억울했어요.
저녁에 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어요.
친구가 답했지요. 열두 개 중에 하나면 꽤 잘한 거 아니야? 그 말에 웃음이 났어요. 맞는 말이었으니까요. 친구 눈에는 열한 개가 먼저 보였던 거예요.
실수 하나가 나 전체를 말해주지는 않겠지요.
오늘 바닥이었던 마음도 잘 해낸 열한 가지 옆에 나란히 앉혀줘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