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교길에 돌부처랑 같이 걸었거든. 학교 앞 길에 낙엽이 잔뜩 떨어져 있었어.
근데 돌부처가 이상하게 걷더라. 지그재그로.
자세히 보니까 마른 낙엽만 골라서 밟고 있었어. 바스락 소리 나는 것만.
젖은 낙엽은 피해서 걸었어.
돌부처가 낙엽을 밟을 때마다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어.
바스락, 끄덕. 바스락, 끄덕.
본인은 모르는 것 같았어. 그 모습이 좀 귀여웠어.
돌부처 이 소리 좋아.
돌부처한테 물어봤어. 낙엽 소리가 왜 좋냐고.
돌부처가 한참 생각하더니 그러더라. 자기 발소리가 들려서 좋대.
평소엔 자기가 걷는 소리가 안 들린대. 조용히 다니니까.
근데 낙엽 위를 걸으면 바스락 소리가 나잖아. 그게 자기가 여기 있다는 소리 같대.
그 말이 좀 깊게 들렸어.
돌부처는 말이 없는 애잖아. 어디서든 조용하고. 그래서 가끔 있는지 없는지 모를 때가 있어.
근데 낙엽 밟을 때는 소리가 나니까 확실히 있는 거야. 바스락바스락.
그러니까 돌부처한테 낙엽 소리는 자기 목소리 같은 거였던 거라니까.
칼손 돌부처가 그런 생각 하는 줄 몰랐어.
다음 날 동아리 애들이랑 같이 그 길을 걸었어. 다 같이 마른 낙엽만 골라서.
다섯 명이 바스락거리니까 엄청 시끄러웠어. 지나가던 사람들이 쳐다봤어.
불나방은 일부러 낙엽 더미에 뛰어들었어. 엄청 큰 소리가 났어.
돌부처가 그거 보고 웃었어. 그리고 자기도 한 번 뛰었어. 작게.
불나방 돌부처가 뛰었다니까!
근데 하나 신기한 게 있었어. 돌부처는 젖은 낙엽은 끝까지 안 밟았어.
왜냐고 물었더니 그러더라. 젖은 건 소리가 안 나서 싫대. 그리고 미끄러워서.
불나방 계단 사건 이후로 미끄러운 건 다 피한대. 다들 웃었어.
너도 요새 네가 어디 있는지 잘 모르겠으면 낙엽 많은 길을 걸어봐. 마른 걸로.
바스락 소리가 네가 여기 있다고 말해줄 거라니까. 가을이 다 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