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거울을 보다가 알았어요. 왼쪽 귀걸이가 없더라고요.
엄마가 몇 해 전 생일에 주신 작은 진주 귀걸이였어요. 오른쪽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네요.
그날 지나간 길을 머릿속으로 되짚었어요.
아침 버스, 회사 엘리베이터, 점심 먹은 식당, 퇴근길 편의점까지요. 어디서 빠졌을지 몰라 세 번이나 다시 되짚었지요. 그런데 아무리 떠올려도 그 순간이 기억나지 않더라고요. 빠지는 줄도 모르고 하루를 보낸 거였어요.
진주 하나라 작아요.
그래서 더 찾기 어렵고, 그래서 더 아까웠지요. 비싼 물건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골라주신 거라 그 무게가 달랐어요. 작은 물건에 큰 마음이 붙어 있었던 거군요.
작은 물건을 잃을 때 아픈 건, 그 물건에 붙어 있던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엄마한테 말할까 한참 고민했어요.
서운해하실까 봐 걱정됐지요. 그런데 결국 털어놨어요. 엄마는 의외로 담담하게 말씀하셨어요. 그런 건 원래 잃어버리는 거라고, 너 다친 거 아니면 됐다고요. 그 말에 마음이 조금 놓였네요.
그 귀걸이를 처음 받던 날이 떠올랐어요. 엄마가 작은 상자를 내밀며 너도 이제 이런 거 하나쯤 있어야지, 하셨지요.
남은 한 짝을 버릴 수는 없었어요.
작은 유리병에 넣어서 창턱에 올려뒀지요. 햇빛이 들면 진주가 은은하게 빛나요. 짝을 잃었지만 여전히 예쁘더라고요. 그걸 볼 때마다 엄마 생각이 나요.
쇼펜하우어는 이미 잃은 것을 붙잡고 있으면 괴로움이 길어진다고 했대요.
귀걸이를 찾으러 다시 그 길을 다 돌아볼 수는 없겠지요. 대신 남은 한 짝을 소중히 두기로 했어요. 잃은 쪽보다 남은 쪽을 보기로 한 거예요.
잃어버린 한 짝은 아마 돌아오지 않겠지요.
그래도 남은 한 짝이 그 기억을 지키고 있어요. 너무 오래 자책하지 않으셔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