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걸어서 집에 가고 있었어요. 머릿속이 새 팀 일로 가득했지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어요. 처음 보는 골목에 서 있더라고요. 매일 다니는 동네인데도요.
뒤를 돌아봤어요.
어디서 꺾었는지 기억이 안 났지요. 생각에 빠져 발이 알아서 걸은 거예요. 골목은 조용했고 가로등 몇 개가 켜져 있었어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이상하게 무섭지는 않았어요.
천천히 골목을 둘러봤어요.
낮은 담장 너머로 감나무가 보였지요. 주황색 감이 몇 개 매달려 있었어요. 어느 집 창문에서는 된장찌개 냄새가 흘러나왔고요. 몇 년을 산 동네에 이런 골목이 있는 줄은 몰랐군요.
생각에 빠져 들어선 낯선 골목에도, 처음 보는 다정함이 조용히 숨어 있다.
골목 끝에 작은 대문이 있었어요.
그 대문 위에 나무 팻말이 걸려 있었지요. 손글씨로 천천히 오세요, 라고 적혀 있었어요. 누구를 향한 말인지는 모르지만 그 순간 저한테 하는 말 같았어요. 머릿속을 꽉 채우던 생각들이 조금 내려앉았네요.
요즘 생각이 많았어요.
팀이 바뀌는 것, 인수인계, 새 사람들까지요. 걸으면서도 계속 그 생각만 했지요. 그러다 길까지 잃은 거예요. 몸은 걷고 있는데 마음은 회사에 있었던 거겠지요.
골목을 빠져나와 큰길을 찾았어요.
몇 걸음 걸으니 아는 편의점이 보였지요. 집까지는 오 분이었어요. 그런데 그 오 분 동안은 생각을 내려놓고 걸었어요. 밤공기가 차갑고 맑더라고요.
쇼펜하우어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 지금을 놓치게 만든다고 했대요.
길을 잃은 건 지금이 아니라 다음 달에 가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나무 팻말이 저를 다시 지금으로 데려다준 셈이네요.
생각에 빠져 들어선 골목에도 처음 보는 다정함이 숨어 있는 것 같아요.
오늘 길을 잃었다면 잠깐 그 골목을 둘러보고 나와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