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모니터 옆에 바다 엽서를 한 장 붙여두었어요. 친구가 여행 가서 보내준 거였지요.
얼마 전에 보니 엽서 모서리가 둥글게 닳아 있더라고요. 답답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만지작거렸던 모양이에요.
요즘 이유 없이 바다가 보고 싶어요.
딱히 힘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여행을 가고 싶은 것과도 조금 달라요. 그냥 넓고 끝이 안 보이는 물을 한참 보고 싶은 거지요. 왜 하필 바다일까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네요.
아마 끝이 안 보여서인 것 같아요.
일상은 늘 끝이 보이는 것들로 차 있지요. 마감, 약속, 해야 할 일 목록 같은 거요. 바다는 그런 게 없어요. 수평선은 있지만 거기까지 가야 할 이유는 없지요. 그냥 바라만 봐도 되는 풍경이군요.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볼 때, 사람은 잠깐 자기 끝을 세지 않는다.
예전에 혼자 바닷가에 앉아 있던 적이 있어요.
파도가 계속 같은 소리로 밀려왔다 빠졌지요. 몇 시간을 들어도 질리지 않더라고요. 같은 말을 반복하는데 이상하게 위로가 됐어요. 서두르지 않는 소리였네요.
쇼펜하우어는 큰 자연 앞에서 사람이 잠깐 자기 욕심을 잊는다고 했대요.
바다 앞에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조금 알 것 같았어요. 그 큰 물 앞에서는 제 고민이 작아지지요.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잠깐 내려놓을 수는 있더라고요.
당장 바다에 갈 수는 없어요.
그래서 요즘은 엽서를 보며 눈을 감고 파도 소리를 떠올려봐요. 짧게 몇 번 숨을 쉬다 보면 어깨가 조금 내려가지요. 진짜 바다만큼은 아니지만 그 비슷한 데까지는 가는 것 같아요.
바다가 보고 싶다는 건 잠깐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싶다는 뜻이겠지요.
그 마음이 들면 너무 무시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갈 수 있으면 가고, 못 가면 떠올리기라도 하고요. 파도 소리 한 번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숨이 조금 쉬어지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