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 다이어리를 봤는데 시간표가 좀 이상했어.
수업 시간은 다 연필로 적혀 있는데 하루 두 군데에만 빨간 줄이 쭉 그어져 있더라.
뭐냐고 물었더니 장이 열리는 시간이랑 닫히는 시간이래.
불나방 이 두 개가 제일 중요하다니까.
불나방 하루를 들어보니까 진짜 그 두 줄에 맞춰져 있더라.
아침엔 열리는 시간 전에 꼭 폰을 충전해둔대. 점심은 그 시간 피해서 먹는대. 끝나는 시간 전에는 화장실도 안 간대.
그리고 닫히고 나면 그제야 숨을 쉰대. 그 뒤가 자기 시간이래.
듣다 보니까 좀 숨이 막히더라. 하루의 반이 남이 정한 시간에 묶여 있는 거잖아.
생각해보면 그 다이어리가 다 말해주는 거였어.
수업은 연필이야. 지워질 수도 있는 거. 근데 장은 빨간 줄이야. 절대 안 지워지는 거.
불나방한테 지금 제일 중요한 게 뭔지 다이어리가 보여주고 있었던 거라니까.
나는 그게 좀 걱정됐어. 학교에 와 있는데 마음은 딴 데 있는 거잖아.
칼손 나도 그래. 근데 나는 다이어리에 안 적어. 머리에 적혀 있어.
그래서 불나방한테 물어봤어. 그 두 줄 밖에서는 뭐 하냐고.
불나방이 좀 생각하더니 대답을 잘 못 하더라. 그냥 폰 본대. 아니면 그다음 날 그 시간 기다린대.
그 말 듣고 다들 좀 조용해졌어. 불나방 하루에 불나방 시간이 없었던 거야.
돌부처 네 시간은 어디 있냐.
돌부처가 그렇게 물었는데 불나방이 한참 대답을 못 했어.
그다음 날 불나방 다이어리에 줄이 하나 더 생겼어. 노란색.
저녁 일곱 시. 뭐냐고 물었더니 동네 농구장 가는 시간이래. 예전에 매일 갔는데 요새 안 갔대.
빨간 줄 두 개 사이에 노란 줄 하나. 그게 불나방 시간이래.
일주일 뒤에 물어보니까 노란 줄은 사흘 지켰대. 그래도 사흘이면 된 거잖아.
너도 하루가 뭔가에 다 묶여 있으면 노란 줄 하나만 그어봐. 네 시간 하나.
빨간 줄은 못 지워도 노란 줄은 네가 정할 수 있다니까. 동아리방 시간도 노란 줄로 칠해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