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들어오니 방이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어요.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지요.
천장 등을 켜려다 말고 스탠드만 켰어요. 그리고 서랍에서 향초 하나를 꺼내 불을 붙였네요. 작은 불꽃이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천장 등을 끄면 방이 달라져요.
밝을 때는 쌓인 빨래나 정리 안 된 책상이 다 보이지요. 그런데 스탠드와 향초만 켜두면 그런 게 그림자 속에 숨어요. 방이 작고 아늑해지는 느낌이에요. 하루 종일 환한 데서 지쳤던 눈도 쉬는 것 같고요.
창가에 앉아 밖을 보다가 신기한 걸 봤어요.
창유리에 촛불이 겹쳐 비쳐서 창밖 빗속에 작은 불이 하나 떠 있는 것처럼 보였지요. 빗방울이 그 불빛을 지나 흘러내렸고요. 한참 그걸 봤어요. 진짜 불과 비친 불이 나란히 흔들리고 있었네요.
작은 불꽃 하나는, 방 안의 공기와 마음의 속도를 함께 바꿔놓는다.
불을 붙이고 조금 지나면 향이 퍼져요.
그날 켠 건 나무 향이 나는 초였지요. 친구가 생일 선물로 준 거였어요. 그 향을 맡으니 숲속에 있는 것 같았네요. 눈을 감고 몇 번 깊게 숨을 쉬었어요. 어깨가 조금씩 내려가더라고요.
쇼펜하우어는 사람이 무언가를 그냥 바라볼 때 잠깐 마음이 쉰다고 했대요.
촛불을 보는 게 딱 그런 일 같아요. 불꽃은 계속 흔들리지만 같은 모양으로 두 번 흔들리지 않지요. 그걸 보고 있으면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더라고요.
자기 전에 촛불을 껐어요.
후 불자 가느다란 연기가 천장으로 올라갔지요. 그 연기 냄새마저 좋았어요. 하루가 그렇게 조용히 끝나는 것 같았네요.
작은 불꽃 하나로도 방의 공기가 달라지더라고요.
오늘 저녁엔 큰불을 끄고 작은 불 하나만 켜두고 쉬어봐도 좋겠는걸요. 불을 켜둔 채 잠들지만 않으시면 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