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동아리방에서 다들 조용히 있는데 돌부처가 갑자기 그러더라.
돌부처 나 이제 그만할래.
다들 놀라서 쳐다봤어. 돌부처는 우리 방에서 제일 오래 버틴 애거든. 존버가 사람이면 딱 돌부처라고 했던 애.
그런 애가 그만한다고 하니까 다들 할 말을 잃었어.
돌부처가 그 말을 하고 나서 일어났어. 창가 선인장 화분으로 갔어.
화분 옆 포스트잇에 찍힌 점들을 손가락으로 하나씩 세더라. 물 준 날 찍은 점들.
한참 세더니 그러더라. 꽤 오래 기다렸네.
그 점들이 돌부처가 버틴 날들이었던 거야. 선인장 기다리면서, 자기 것도 기다리면서.
칼손이 조심스럽게 물어봤어. 왜 지금이냐고.
돌부처가 좀 생각하더니 그러더라. 버티는 게 이제 버티는 게 아니라 그냥 붙잡고 있는 것 같대.
처음엔 기다리는 거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놓기 무서워서 안 놓고 있었대.
그걸 알아버렸대. 그래서 이제 놓겠대.
칼손 나는 너무 빨리 놓는데 너는 너무 오래 붙잡았구나.
생각해보면 우리는 돌부처를 늘 버티는 애로만 봤어. 그게 돌부처 장점이라고.
근데 버티는 것만큼 놓는 것도 어려운 거잖아. 오래 붙잡을수록 놓기가 더 어렵고.
돌부처는 그걸 해낸 거야. 버티던 애가 놓을 줄도 알게 된 거라니까.
칼손은 반대로 너무 빨리 놓아서 힘들었고. 둘이 서로 반대편에서 같은 걸 배우고 있었던 거야.
다들 아무 말 안 했어. 말리지도 않고 부추기지도 않았어.
그건 돌부처가 정할 일이니까. 우리는 옆에 있어주면 되는 거고.
불나방이 과자 봉지를 하나 뜯어서 돌부처 앞에 놨어. 돌부처가 그걸 먹으면서 그러더라.
돌부처 좀 가볍다.
그다음 날 돌부처가 동아리방에 왔는데 얼굴이 좀 달라 보였어. 표정은 그대로인데 어깨가 좀 내려가 있었어.
선인장 포스트잇에 새 점을 하나 찍었어. 근데 이번엔 동그라미였어. 꽃 피었을 때처럼.
너도 오래 붙잡고 있던 게 이제 붙잡는 건지 버티는 건지 모르겠으면 한번 세어봐. 놓아도 괜찮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