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동아리방으로 옮기고 첫 주에 불나방이 제안했어. 타임캡슐 만들자고.
미래의 나한테 편지 쓰고 상자에 넣어서 졸업할 때 열자고.
다들 좀 유치하다고 했는데 결국 다 썼어. 새 방 기념이니까.
불나방 졸업할 때 열면 진짜 웃길 거라니까.
칼손이 제일 오래 걸렸어. 쓰다가 찢고, 또 쓰다가 찢고.
세 번 찢었어.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쓸 말이 너무 많대. 근데 쓰다 보면 다 걱정이래.
미래의 나한테 걱정만 보내고 싶지 않대.
그러다 네 번째에 딱 한 줄 쓰고 접더라. 뭐라고 썼는지는 비밀이래.
불나방은 엄청 길게 썼어. 앞뒤로 빼곡하게.
뭐라고 썼냐고 물었더니 일부만 읽어줬어. "미래의 나야, 그때는 괜찮냐? 지금 나는 아직이야."
지난번 한 단어 놀이 때 불나방 단어가 "아직"이었잖아. 편지에도 그 말을 썼더라.
칼손 미래의 불나방은 괜찮았으면 좋겠다.
돌부처는 엄청 짧았어. 종이 한가운데 몇 글자.
보여달라고 했더니 보여줬어. "그때도 버티고 있으면 잘한 거."
다들 그거 보고 좀 조용해졌어. 돌부처다운 말이었거든.
돌부처 버티는 게 제일 어려우니까.
나도 썼어. 부장이니까.
"그때도 누구 옆자리에 앉아 있어라."
그게 다였어. 지금 내가 하는 일이 그거니까 미래에도 그랬으면 좋겠어서.
다 쓰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좀 신기했어.
다들 미래의 자기한테 썼는데 사실 지금 자기한테 필요한 말을 쓴 거잖아. 칼손은 걱정 대신 한 줄, 불나방은 아직, 돌부처는 버티기.
미래의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지금의 나한테 제일 필요한 말인 거라니까.
상자는 새 동아리방 책장 맨 위에 올려놨어. 테이프로 꽁꽁 싸서.
너도 미래의 너한테 편지 한 장 써봐. 길게 안 써도 돼. 한 줄이면 돼.
그 한 줄이 지금의 너한테도 힘이 될 거라니까. 새 동아리방 책장 맨 위엔 그 상자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