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서 나오면 문 앞에 뭐가 놓여 있을 때가 있거든. 아빠가 놓고 가신 거야.
과일이라든가 음료수라든가 그런 거. 별거 아닌 것들이야.
놓고 가실 때 문을 두드리지도 않으시더라. 그냥 두고 가셔.
나중에 말씀도 안 하셔. 먹었냐고도 안 물으시고.
나는 이게 좀 이상했다니까. 놓고 가실 거면 한마디 하실 수도 있잖아.
칼손 저희 아빠도 그러세요.
한참 뒤에 알겠더라. 두드리시면 내가 문을 열어야 되잖아.
그러면 뭐라도 얘기를 해야 되고, 그게 서로 어색한 거고. 차에서 라디오 크게 트시는 거랑 같은 거라니까.
말을 안 하시는 게 아니라 말을 안 해도 되게 해주신 거였어.
그래서 나도 답을 안 하거든. 잘 먹었다고 말씀 안 드려.
대신 그릇을 부엌에 내놓는다니까. 그게 대답인 거야.
말 없이 오간 게 몇 년째인데 그게 안 끊기고 있잖아. 말로 했으면 오히려 끊겼을 것 같더라.
돌부처 그건 말보다 확실하지.
방에서 이걸 쓰게 됐거든. 안 좋아 보이는 애 자리에 뭘 하나 놔둬.
누가 놨는지 모르게 그냥 놓는 거야. 물티슈 놓는 거랑 같은 거고.
말을 걸면 그 애가 대답을 해야 되는데 물건은 대답이 필요 없잖아. 그게 제일 안 부담스럽더라.
한번은 아빠한테 왜 말씀을 안 하시냐고 물어볼 뻔했거든. 근데 안 물었어.
물으면 그다음부터 안 놓고 가실 것 같더라. 물어본 게 끊는 게 되는 거잖아.
모르는 채로 두는 게 맞는 것도 있는 거라니까.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말로 뭘 잘 못 하거든. 위로 같은 것도 못 하고.
근데 놓고 가는 건 할 수 있잖아. 그건 말재주가 필요 없는 거니까.
아빠가 몇 년째 하시던 걸 나는 방에서 하고 있는 거라니까. 배운 줄도 모르고 배운 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