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아리 단톡방이 따로 있거든. 주식 얘기만 하는 방.
조용한 날은 괜찮은데 시끄러운 날엔 알림이 금방 세 자리가 돼.
수업 끝나고 폰 켜면 숫자가 딱 보이잖아. 그 숫자만 봐도 피곤하다니까.
그럴 때 칼손이 방을 나가. 한두 번이 아니야.
나갈 때마다 한 마디를 남기거든. "잠깐 쉼." 늘 똑같은 말이야.
그러고 며칠 뒤에 다시 초대해달라고 해. 그럼 내가 초대하고. 이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더라.
칼손 잠깐 쉼.
한번은 왜 나가냐고 물어봤어. 알림만 꺼도 되잖아.
걔가 그러더라. 알림을 꺼도 숫자는 쌓이니까 결국 보게 된대. 방에 있는 것만으로도 신경이 쓰인대.
그러니까 방을 나가는 건 귀를 막는 거야. 남들이 뭐라고 하는지 안 듣고 싶은 날이 있는 거거든.
불나방 나가면 좋은 소식도 못 듣잖아.
생각해보면 단톡방이 시끄러운 건 남의 마음이 다 들어와서야.
누구는 신났고 누구는 울상이고 누구는 화났어. 그게 한꺼번에 들어오면 내 마음이 어떤지 모르게 되더라.
내 계좌보다 남의 말이 더 흔드는 날이 있잖아. 칼손은 그걸 아는 거야.
그래서 규칙을 하나 만들었어. 방은 언제든 나가도 되고, 다시 들어오면 아무도 이유 안 묻기.
"왜 나갔어?" 이 말 금지야. 그냥 "왔냐" 하면 돼.
돌부처가 제일 잘 지키더라. 칼손이 들어오면 걔는 딱 두 글자만 보내거든.
돌부처 왔냐.
칼손이 나가면 단톡방에 회색 글씨가 하나 뜨잖아. 누가 나갔다는 거.
처음엔 그게 뜨면 방이 잠깐 조용해졌어. 다들 무슨 일 있나 싶어서.
근데 몇 번 반복되니까 애들이 알더라. 아, 칼손 쉬러 갔구나.
지금은 그 회색 글씨가 뜨면 불나방이 "푹 쉬어라" 하고 보내. 칼손은 못 보는 말인데도.
너도 단톡방 나가고 싶으면 나가도 돼. 귀 막는 것도 버티는 방법이라니까.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면 되거든. 동아리방은 나갔다 온 애한테도 안 닫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