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가 동아리방에 뜨개바늘이랑 털실을 들고 왔어. 회색 털실.
뜨개질 배운대. 할머니가 알려주셨대. 붓글씨 가르쳐주신 그 할머니.
다들 놀랐어. 돌부처가 뜨개질이라니.
돌부처 손이 심심해서.
돌부처가 소파 구석에 앉아서 뜨기 시작했어. 엄청 천천히.
한 코, 한 코. 바늘 두 개가 왔다 갔다 하는 소리만 났어.
말은 하나도 안 했어. 근데 표정이 엄청 편해 보였어.
칼손이 옆에서 한참 보다가 물어봤어. 그거 하면 무슨 생각 하냐고.
돌부처가 그러더라. 아무 생각 안 한대.
코 세느라 딴생각을 못 한대. 하나 둘 셋 넷, 이렇게 세면서 뜨니까.
칼손 숨 세기랑 비슷하대. 손으로 세는 거.
그리고 다 뜨면 뭔가 남잖아. 그게 좋대. 칼손 종이학처럼.
이 주쯤 지나서 돌부처가 첫 목도리를 완성했어. 회색 목도리.
근데 코가 군데군데 빠져서 구멍이 있었어. 처음이라서.
돌부처가 그 목도리를 칼손한테 줬어. 아무 말 없이.
칼손이 받아서 펼쳐봤어. 구멍을 손가락으로 하나씩 세더니 웃었어.
칼손 구멍 일곱 개. 내 손바닥 점이랑 똑같네.
나중에 돌부처한테 물어봤어. 왜 첫 목도리를 칼손한테 줬냐고.
돌부처가 좀 생각하더니 그러더라. 칼손이 제일 추워 보였대.
옷 얇게 입고 다니고, 손도 늘 빨갛고. 불나방 핫팩 받을 때 제일 고마워했던 애.
그래서 첫 거는 칼손 주고 싶었대.
칼손이 그 목도리를 매일 하고 다녀. 구멍 있는 채로.
불나방이 놀렸어. 구멍 났다고. 근데 칼손은 상관없대. 돌부처가 처음 뜬 거라서 더 좋대.
생각해보면 처음 만든 건 원래 구멍이 있잖아. 근데 그 구멍까지 다 마음인 거라니까.
불나방 두 번째는 내 거야. 빨간색으로.
너도 마음이 복잡하면 손으로 뭘 한 코씩 만들어봐. 뜨개질이든 종이접기든.
구멍 나도 괜찮아. 동아리방엔 구멍 일곱 개짜리 목도리가 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