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팀으로 옮길 준비를 하다 막혔어요. 새로 써야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지요.
몇 시간을 헤매다 결국 신입 후배에게 물어봤어요. 선배인 제가 후배에게 묻는 게 조금 쑥스럽더라고요. 그래도 더 버티다간 하루가 다 갈 것 같았어요.
질문하기 전에 한참 망설였어요.
이런 것도 모르냐고 생각하면 어쩌나 싶었지요. 몇 년 더 일했는데 후배보다 모르는 게 있다는 게 조금 부끄러웠어요. 결국 작은 목소리로 물었네요.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후배는 아무렇지 않게 알려줬어요.
화면을 같이 보며 천천히 설명해줬지요. 단축키 하나로 한 시간 걸리던 일이 몇 초 만에 끝났어요. 저도 모르게 와, 하고 소리가 나왔더라고요. 후배가 웃었어요.
배우는 데는 나이도 순서도 없어서, 모르는 걸 묻는 순간 누구든 선생님이 된다.
설명이 끝나고 후배가 포스트잇을 꺼냈어요.
그 단축키를 적어서 제 모니터에 붙여줬지요.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어요. 선배가 첫날 저한테 해주신 거랑 똑같이 해드린 거예요. 그 말에 한참 할 말이 없었어요. 제가 했던 일이 그렇게 돌아온 거였네요.
생각해보면 배움은 한쪽으로만 흐르는 게 아니었어요.
선배가 후배에게 가르치고, 후배가 선배에게 가르치기도 하지요. 저는 회사 일을 알려줬고, 후배는 새 프로그램을 알려줬어요. 서로 모르는 걸 채워주는 사이였던 거예요.
질문하기 전의 부끄러움은 금방 사라졌어요.
대신 고마움이 남았지요.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어요. 오히려 후배와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았군요.
쇼펜하우어는 남에게 배우는 걸 부끄러워하는 사람은 오래 모르는 채로 남는다고 했대요.
그날 제가 질문을 삼켰다면 아직도 그 프로그램 앞에서 헤매고 있었겠지요.
배우는 데는 나이도 순서도 없는 것 같아요.
모르는 게 생기면 쑥스러워하지 말고 가까운 누구에게든 물어봐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