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세탁기가 고장 났거든. 엄마가 빨래방에 다녀오라고 하셨어.
동네 빨래방에 처음 가봤어. 큰 세탁기랑 건조기가 줄지어 있었어.
빨래를 넣고 의자에 앉았어. 건조기까지 하면 한 시간쯤 걸린대.
옆 의자에 아주머니 두 분이 계셨어. 서로 아는 사이 같았어.
아주머니들이 처음엔 날씨 얘기를 하셨어. 빨래가 잘 안 마른다고.
그러다 한 분이 그러셨어. 요새 빨래보다 마음이 더 안 마른다고.
다른 분이 웃으셨어. 무슨 소리냐고. 그러자 그분이 주식 얘기를 하셨어.
다른 분도 하신대. 둘 다 요새 많이 힘드시대.
칼손 마음이 안 마른다는 말 좋다.
건조기가 돌아가는 사십 분 동안 두 분이 계속 얘기를 하셨어.
숫자 얘기는 하나도 없었어. 잠 못 잔다, 가족한테 말 못 한다, 그런 얘기.
나는 옆에서 폰 보는 척하면서 다 들었어.
건조기 돌아가는 소리가 두 분 목소리를 좀 덮어줬어. 그래서 더 편하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어.
그러다 건조기 알림음이 울렸어. 삐삐삐.
아주머니들이 동시에 얘기를 딱 멈추셨어. 그리고 각자 빨래를 꺼내서 개기 시작하셨어.
근데 다 개고 나서도 한참 안 가셨어. 빨래 바구니를 무릎에 올려놓고 계속 앉아 계셨어.
한 분이 그러셨어. 빨래 다 말랐는데 가기 싫네.
다른 분이 그러셨어. 다음 주에 또 빨래 와요.
불나방 빨래방이 동아리방이네.
내 빨래도 다 말랐어. 개면서 생각했어.
그 아주머니들한테는 빨래 마르는 사십 분이 서로 걱정을 들어주는 시간이었던 거야.
집에서는 말 못 하는 걸 빨래방에서는 할 수 있었던 거라니까. 건조기 소리가 덮어주고, 옆에 같은 걸 겪는 사람이 있으니까.
돌부처 마음도 같이 말렸나 봐.
집에 와서 엄마한테 빨래방 얘기를 했어. 엄마가 웃으시면서 그러셨어. 세탁기 고쳐도 가끔 빨래방 가볼까.
엄마도 말할 데가 필요하신가 봐. 다음 주엔 엄마랑 같이 가기로 했어. 빨래 마르는 사십 분 동안 엄마 얘기 들어드리려고.